믿고 보는 ‘칸의 선택’…예술영화 향기 가득한 극장가
- ‘리턴 투 서울’은 BIFF와 인연
- 내달 16일 칸 행사 앞두고 관심
해마다 5월 중순 프랑스의 휴양 도시 칸에서는 세계 최고 권위의 칸영화제가 개최된다. 올해 76회를 맞는 칸영화제는 다음 달 16일(현지시간) 개막한다. 다양한 주제와 장르의 영화들이 12일간 칸을 물들인다.
올해 극장가에는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수상하거나 화제를 모은 예술영화가 차례로 찾아온다.
‘클로즈’(심사위원대상) ‘리턴 투 서울’(주목할 만한 시선 초청, 이상 3일 개봉), ‘토리와 로키타’(75주년 특별기념상, 10일 개봉), ‘슬픔의 삼각형’(황금종려상, 17일 개봉) 등은 팬데믹으로 잊고 있던 예술영화의 향기를 되찾게 해줄 작품들로 기대를 모은다.
먼저 ‘걸’로 제71회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루카스 돈트 감독의 신작 ‘클로즈’가 눈길을 끈다. ‘클로즈’는 서로가 세상의 전부였던 두 소년 레오와 레미가 친구들로부터 관계에 대한 의심을 받으면서 마주해야 했던 시리도록 아름다운 계절을 담았다. 타인과 집단의 따가운 시선으로 두 친구의 마음에 생기는 균열을 섬세하고 세밀한 시선으로 그려낸 루카스 돈트 감독의 연출에 감탄하게 된다.
특히 인물 내면을 변화하는 계절로 묘사하고, 꽃밭을 배경으로 모든 계절의 색을 대조하는 감각적인 미장센이 인상 깊다. 그는 ‘클로즈’에 대해 “어렸던 10대 초반에 날 불안하게 했던 것을 탐구해보고 싶었다”며 자전적 이야기로 시작했음을 밝혔는데, 영화를 보고 나면 “한 시절 누군가의 다정한 친구였을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영화”라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있다.
프랑스 영화계를 이끌 차세대 주자로 떠오른 캄보디아계 프랑스인 데이비 추 감독의 신작 ‘리턴 투 서울’은 부산국제영화제(BIFF)와 인연이 있다. 2011년 ‘달콤한 잠’으로 BIFF를 찾았을 당시 한국인 입양아 친구의 한국 가족과의 만남에 동행했던 경험이 ‘리턴 투 서울’의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우연히 자신이 태어난 한국에 오게 된 25세 프레디가 어쩌다 한국 부모를 찾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데이비 추 감독은 “‘리턴 투 서울’은 한국의 역사를 담았고, 한국의 국제 입양 역사를 그린다. 한국인이 아닌 저로서는 한국 관객에게 보여드리고 감상을 듣는 것이 감동이면서도 부담감이 따른다”는 개봉 소감을 전했다. 프레디 역을 맡은 박지민은 파리를 기반으로 그림 조각 조형 설치미술 작업을 하는 한국계 이민 2세로, 처음 연기를 했음에도 파워풀하고도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
거장 다르덴 형제의 ‘토리와 로키타’는 지켜주고 싶은 아프리카 난민 남매 토리와 로키타가 서로에게 보호자가 돼주며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그렸다. 보호받아야 할 어린 10대 남매가 벨기에 체류증을 받아 함께 살기 위해 불법적인 일과 폭력에 노출되는 현실을 리얼하게 담았다. 남매의 우애와 살아남기 위한 이야기는 감동과 가슴 먹먹해지는 여운을 남긴다.
다르덴 형제는 “우리는 관객이 이들의 운명에 슬픔을 느끼면서, 용인할 수 없는 부당한 현실에 저항하기를 바란다”는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동생 토리 역의 파블로 실스와 누나 로키타 역의 졸리 음분두는 모두 첫 영화 연기임에도 실제 친남매 같은 케미를 보여준다. ‘토리와 로키타’는 27일 개막하는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이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슬픔의 삼각형’은 돈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호화 크루즈에 탑승한 이들의 예측 불가 계급 전복 코미디다.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며 생각한 목표는 어른을 위한 롤러코스터를 만들고 싶다는 거였다. 재밌고, 도전적이고, 웃긴 무언가를 원했다. 영화관을 본연의 용도로 활용하고 싶었다. 함께 영화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말이다”라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특히 할리우드 배우 우디 해럴슨이 호화 크루즈를 이끄는 선장이면서도 마르크스주의자로서 크루즈에 탑승한 부자들을 비판하는 토마스 역을 맡아 웃음을 책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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