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로사’ 업무관련 입증, 산업재해 시스템 개선해야
업무로 인한 과로와 스트레스로 중병을 앓거나 목숨을 잃는 근로자가 상당수다. 하지만 많은 경우 ‘산업재해’ 인정을 못받고 있다.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근로자나 유가족이 직접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 60시간 넘는 과중한 업무는 심장마비나 뇌졸중 등의 중대한 질병을 부르고, 급기야 사망하는 사례가 많다. 사망 근로자 10명 중 6명이 유족 급여 승인을 받는데, 질병으로 사망한 근로자의 산재 승인율은 40% 밖에 안 된다. 의학적인 부분을 유족이 입증하라는 건, 산재 승인을 해주지 않겠다는 것으로 여겨진다.
유족 급여는 근로자가 업무상 이유로 사망할 경우 유족들에게 지급되는 급여다. 지난해 경기도에서 사고 사망 근로자의 유족이 급여를 받은 비율은 90.2%였다. 전체 신청 건수 266건 중 240건이 승인됐다. 최근 5년간 사고 사망의 유족 급여 승인율은 평균 90%다.
반면 질병 사망의 승인율은 현저히 낮다. 지난해 경기도내 질병 사망 유족 급여 신청 279건 중 112건만 승인됐다. 승인율 40.1%다. 2018년 42.2%, 2019년 42.0%, 2020년 45.1%, 2021년 51.9% 등 산재 승인율이 많이 낮다. 과중한 업무에 중병을 얻거나 사망해도 유족들은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하거나 증거가 부족해 산재 승인을 못 받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의 ‘최근 4년 뇌·심혈관질병 업무시간별 산재 승인 및 유족 급여 승인 현황’을 보면, 지난해 주 60시간 이상 일한 노동자들이 과로사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경우가 93.4%에 이르렀다. 뇌·심혈관질병은 대표적인 과로사 질병이다.
최근 4년간 통계에서도 주 60시간을 일하다 뇌·심혈관질병으로 숨져 산재를 신청한 노동자 10명 중 9명이 산재 인정을 받았다. 반면 주 52시간보다 적게 일한 경우 산재 승인율은 10%대로, 80%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났다.
윤석열 정부가 ‘주 69시간 확대’를 골자로 한 노동시간 개편안을 추진 중이다. 과로사가 더 늘어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질병 사망 근로자는 작업장에서 발생하는 사고 사망과 달리 인과관계 입증에 한계가 있다. 뇌·심혈관질환은 증거 부족 등으로 승인받기가 더 어렵다.
전문가들은 업무상 질병을 판단하는 근로복지공단 소속 질병판정위원회의 객관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판정위원들의 인식 수준, 가치관 등의 차이로 질병 판정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판정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 질병판정위의 결과가 법원에서 뒤집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적극적으로 인과 판단을 할 수 있게 기준 변경 등 제도적 보완을 해야 한다. 과로사로 가족을 잃었는데 산재 인정을 못 받으면 안 된다. 과로사 예방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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