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골드라인
돌잔치 금반지 선물은 최고 의미 있는 선물이었다. 어머니들은 선물 받은 한 돈 또는 반 돈짜리 금반지를 장롱 속에 귀하게 보관하다 아이가 성장하면 아이를 위해 사용하곤 했다. 지금은 금값이 급등해 보기 드문 선물이 됐다.
금값이 오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미·중 갈등 심화 등으로 안전자산인 금값이 오른다는 분석이다. 현재(26일) 시세로 g당 8만5천800원대다. 3년 전만 해도 g당 6만원대였다. 경제가 어려울 때일수록 금은 점점 더 귀한 존재감을 발휘할 듯하다.
‘금’. 영어로 ‘골드’는 전 세계적으로 인류가 가장 좋아하는 귀금속일 것이다. 동서고금을 떠나 금은 부, 희망, 고급, 품격, 전성기 등을 연상시킨다.
그래서일까. 김포시는 김포경전철 김포도시철도를 김포골드라인으로 명명했다. 당시 김포의 희망과 발전을 기대하는 의미가 담긴 명칭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김포골드라인은 최근 이름과 다르게 ‘골병라인’, ‘지옥철’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받고 있다. 출퇴근시간 때 이용객이 폭증하면서 승객들이 실신하는 등 사건 사고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오전 7시50분께 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에서 몰려든 인파에 10대 여고생과 30대 여성이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문제는 안전사고가 이번 한 번만이 아닌 이미 수십차례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심각성을 더했다.
김포골드라인 문제는 이미 예견됐다. 김포시는 한강신도시 개발 등으로 인구가 폭증했으나 교통수요 예측에 실패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 이면에는 정책 결정을 잘못한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사태가 심상치 않자 ‘묻지 마 마구잡이’ 대책이 쏟아졌다. 수륙양용버스 도입 등 다소 황당한 대책까지 나와 실소를 유발했다. 정치인들이 다시 김포골드라인 체험에 나섰다. 이들 정치인은 지난 대선 때도, 지방선거 때도 골드라인을 탄 뒤 언론 앞에서 이마의 땀을 닦으며 대책을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돈 없고 힘 없어 위험을 무릅쓰고 골드라인을 탈 수밖에 없는 애꿎은 시민만 고통을 겪고 있다.
이선호 기자 lshg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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