現고2 학폭 가해자, 5개大 ‘학교장 추천’ 지원 못한다
‘2025학년도 대입전형 계획’ 발표
고려대 등 21곳 정시에 학폭 반영
올해 고교 2학년이 대학에 입학하는 2025학년도부터 학교폭력 가해자로 징계를 받은 학생은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 5개 대학의 ‘수시모집 학교장 추천 전형’에 지원할 수 없다. 학폭 징계를 대입에 반영하는 대학도 2023학년도 115곳에서 2025학년도 147곳으로 늘어난다. ‘정순신 변호사 아들’ 사태로 촉발된 학폭 논란이 대입 전형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26일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전국 196개 4년제 대학의 입시 시행계획을 모은 것으로, 내년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를 현 고2 학생부터 적용된다. 계획에 따르면 그간 학폭 반영 비율이 저조했던 ‘수시 학생부 교과전형’과 ‘정시(수능 위주) 전형’에서 학폭 기록을 반영하겠다는 대학이 늘었다. 2023학년도 대입과 비교했을 때 학폭 기록 반영 대학은 학생부 교과전형이 9곳에서 27곳으로, 정시는 5곳에서 21곳으로 늘었다. 고려대 한양대 등은 이전까지 정시에 학폭을 반영하지 않았지만 2025학년도부터는 반영한다.
덕성여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 5개 대학은 학폭 가해자가 아예 학교장 추천전형(수시)에 지원을 할 수 없도록 원천 봉쇄했다. 학폭 가해자의 지원 자체를 막은 경우는 처음이다. 조치 1호(서면사과)에서 9호(퇴학)까지 어떤 처분이라도 받으면 이 전형에 지원할 수 없다. 2025학년도 전체 모집인원은 34만934명으로 2024학년도보다 3362명 감소했다. 수시 선발 비중은 79.6%(27만1481명)로 역대 가장 높다.
서울-고려 등 21개大 ‘학폭 감점’… 現고2 정시부터 적용
‘학교장 추천’ 지원 배제
학폭 정시 반영 2년새 4배로 늘어… 감점 기준-소년범과 형평성 등 숙제
2026년부턴 全전형 학폭 의무 반영… “자퇴후 검정고시 등 ‘학폭세탁’ 늘것”
26일 발표된 2025학년도 대입 시행계획을 살펴보면 대학들도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입시에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26학년도, 즉 현재 고1이 치르는 대학 입시부터는 모든 전형에 학폭을 의무적으로 반영하도록 했다.
● 지원 단계부터 ‘학폭 가해자’ 원천 차단
이 때문에 대학들이 ‘감점이 불가능하다면 아예 지원 자체를 받지 않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연세대 관계자는 “학폭 가해자가 학교장의 추천을 받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학교장 추천 전형으로 대학에 가는 학생 수는 연간 1만3000여 명이다.
고교 생활 전반을 반영하는 수시 학생부 종합전형은 기존에도 학폭을 대부분 반영해 왔지만 이를 적용하는 대학 수가 더 늘었다. 2023학년도에는 106곳이 반영했는데, 2025학년도에는 112곳이다. 서울 A대 관계자는 “학생부 종합전형은 석차나 수치뿐 아니라 봉사활동 등 다른 기록도 모두 반영하는 정성 평가이기 때문에 기존에도 학폭 감점을 하거나 불합격시켜 왔다”고 말했다.
● 정시에도 확대… “2026학년도부터 의무 반영”
고려대, 한양대 등 21곳은 2025학년도부터 정시 모집에도 지원자의 학폭 기록을 반영한다. 2023학년도에는 서울대 등 5곳뿐이었는데 4배 이상으로 증가한 것. 정 변호사의 아들이 정시로 서울대에 진학했다는 사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대학들이 어떤 방식으로 학폭을 반영해 얼마나 감점할지는 이날 발표되지 않았다. 이는 내년에 각 대학이 발표하는 입시 요강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시에서는 각 대학이 기준을 정한 뒤 그에 따라 감점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2025학년도는 대학 자율에 맡기고 2026학년도부터 통일성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명확한 감점 가이드라인이 없어 대학들 사이에서는 혼란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B대 관계자는 “학폭과 소년범의 형평성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가이드라인을 요청했지만 답이 없었다”며 “정확한 감점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대학마다 감점 정도가 천차만별이라면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 고교 현장서 ‘학폭 기록 세탁’ 벌어질 우려도
전문가들은 앞으로 학폭 가해자의 대학 진학 문이 점점 좁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종로학원은 “감점 정도, 대입에서의 영향력을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정시에서 학폭 이력을 반영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주요 대학에 지원하려 했던 학생들이 대거 지원을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학폭 이력을 ‘세탁’하려는 꼼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서울 C대 관계자는 “학폭 이력을 없애기 위해 자퇴 후에 검정고시를 본다든지 하는 회피 방법이 늘어날 것”이라며 “교육부가 가이드라인을 주기 전까지는 모든 전형에 일괄적으로 학폭 이력을 반영하는 게 어렵다”고 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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