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칼럼] 이재준·이상일·정명근의 ‘투자 삼국지’
수원·용인·화성의 돈 싸움
시장엔 혹독-시민은 행복
1800년 전, 고대 삼국지가 있다.
북쪽엔 위(魏)가 있다. 업성(鄴城)·허도(許都)·낙양(洛陽)을 도읍했다. 남동쪽엔 오(吳)가 있다. 건업(建業)·무창(武昌)을 도읍했다. 남서쪽엔 촉(蜀)이 있다. 성도(成都)를 도읍했다. 국토 면적은 전투마다 바뀌었다. 서기 262년을 기준으로 보자. 위 200만㎢, 오 230만㎢, 촉 107만㎢다. 중요한 건 땅의 상태다. 오는 남부 개발 이전의 땅이다. 촉은 험한 산악지대투성이다. 중원이라 일컫는 땅은 전부 위의 것이다. 알짜배기다.
인구가 곧 국력이고 생산력이었다. 삼국 인구를 더하면 853만4천명이었다. 여기서 위(魏)가 493만2천명이다. 삼국 인구의 58%를 차지한다. 촉(蜀)이 12%, 오(吳)는 30%다. 삼국(三國)이라 표현하기 어렵다. 후대 학자들이 위의 위상을 이렇게 말했다. ‘위가 천하의 7~8할을 가졌다.’ 그럼에도 소설은 삼국의 대결로 그렸다. 그리고 순간마다 피 말리는 대결이 벌어졌다. 달아난 장수들의 목이 수도 없다. 그래도 승부는 인구로 갔다.
최종 목적은 땅이었다. 위·촉·오의 땅 따먹기였다. 생산성의 출발이 농업이던 때다. 그 농업을 이루는 근간이 땅이다. 모든 전투가 땅을 놓고 벌어졌다. 장판전투에서 조조와 유비가 싸웠다. 조조가 이겨 형주(荊州)를 차지했다. 성도전투에서 유비와 유장이 싸웠다. 유비가 이겨 익주(益州)를 차지했다. 합비전투에서 조조군과 손권군이 싸웠다. 조조군이 이겨 한중(漢中)을 차지했다. 땅의 주인이 한 명이 되는 것이 곧 천하통일이었다.
2023년 봄, 투자 삼국지가 있다.
북쪽엔 수원이다. 남동쪽엔 용인이다. 남서쪽엔 화성이다. 이 셋도 딱 붙어 있다. 화성이 699.4㎢로 제일 크다. 용인 591.2㎢, 수원 121.1㎢다. 실속은 수원이 있다. 수부도시라서 각종 기관이 몰려 있다. 삼성, SK도 오래 전에 자리했다. 반면, 용인은 오랫동안 가능성만의 땅이었다. ‘사거용인(死居龍仁·죽어서 용인)’을 위로 삼고 살았다. 화성은 서울보다 1.4배 넓다. 하지만 텅 빈 노는 땅이었다. 지금까지 알짜배기는 수원이었다.
인구의 경쟁력은 이 시대도 여전하다. 2013년 수원·용인·화성의 인구는 262만명이었다. 수원이 114만8천명, 용인은 94만1천명, 화성은 53만명이었다. 삼시(三市)라고 한데 묶기에도 애매했다. ‘53만 화성’을 넣는 게 특히 민망했다. 그러던 격차가 확 좁혀졌다. 인구가 갑자기 요동쳤다. 2023년 3월 말 인구다. 수원 119만명, 용인 107만명, 화성 92만명이다. 수원 답보, 용인 증가, 화성 폭발이다. 뭔가 일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그 원인은 투자였다. 용인이 치고 나갔다. 2018년 SK하이닉스를 유치했다. 135만평에 120조원짜리다. 2023년 삼성 반도체도 유치했다. 215만평에 300조원짜리다. 화성이 따라붙었다. 현대 전기차 기공식이다. 29년 만의 국내 완성차 공장이다. 3만평에 1조원 넣고, 후년부터 15만대씩 뽑게 된다. 수원은 민선 8기 구호가 투자다. 대학 캠퍼스까지 투자 입지로 만들었다. 지난주 외자 유치도 발표했다. 3개 시의 투자 전쟁이다.
두 삼국지의 결론, 혹독함이 닮아간다.
263년, 황제가 항복하며 촉이 멸망했다. 황제 아들이 유비 초상 앞에서 자결했다. 280년, 황제가 항복하며 오도 멸망했다. 황제가 옷을 벗고 스스로 결박해 예를 갖췄다. 땅 전쟁에서 패배한 대가다. 고대 삼국지 승부는 그렇게 혹독했다. 2023년, 투자 전쟁이 시작됐다. 2026년 언저리면 판가름 날 것 같다. 아마도 등수가 매겨질 것이다. 투자 1등 ○○시, 2등 △△시, 3등 □□시.... 패자엔 대가가 따르지 않겠나. 역시 옛날처럼 혹독한....
버겁고 숨가쁠 일이다. 세 시장(市長)에겐 특히 그렇다. 하지만 시민(市民)이 행복해진다. 시민에게 돈 주는 싸움이다. 시민에게 일자리 주는 싸움이다. 시장이라면 피할 수 없는 싸움이다. 이런 게 허락된 것만도 행운이다. 전국의 많은 눈이 부럽게 보고 있다. ‘이재준-이상일-정명근’이 쓰기 시작한 ‘투자 삼국지’를 말이다.
김종구 주필 1964kj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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