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민주의 유럽’ 흔드는 극우 열풍 왜?

기자 2023. 4. 2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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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년간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공동 대응의 필요성이 유럽 유권자들에게 주류 정당을 선택하게 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세가 감소하기 시작하자 유럽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극우 정치 바람이 다시 일고 있다.

이종서 EU정책연구소장 한국유럽학회 부회장

대중 영합주의 정당이 더 큰 힘으로 돌아온 데는 진보적 중도주의자들이 코로나19 확산으로 그들이 누렸던 반등세를 이용하지 못한 영향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기침체의 원인이 가장 크다. 극우 포퓰리즘 정당의 ‘승자공식’은 내집단과 외집단 사이에 경계선을 그은 이데올로기에 근거하여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한 그들의 입장을 정당화시키는 것이다.

이질적 현상으로서 극우의 확산은 실로 세계적이다. 아일랜드. 포르투갈, 독일, 최근의 스페인과 같이 사실상 모든 유럽 국가는 오랫동안 극우 정치에 ‘면역(immune)’으로 여겨져 온 곳을 포함하여 극우 정치의 잠재적 번식지라 할 수 있다. 극우 정치 열풍은 사민주의의 북유럽 국가에서마저 확산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4월2일 치러진 핀란드 총선에서는 극우 핀인당이 46석을 얻어 국민연합당(48석)에 이은 원내 제2당 자리를 지켰다. 반면 사회민주당은 제3당으로 밀려났고 연정에 참여하는 좌파 정당들도 의석을 상실하며 우파에 자리를 내줬다. 2022년 4월11일 치러진 스웨덴 총선에서도 극우 성향의 스웨덴민주당(SD)이 포함된 우파연합이 승리하며 정권을 교체했다.

이러한 극우 집단의 열풍은 다양한 인종, 종교, 문화, 성적 취향 등을 포함한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문화를 가진 북유럽 지역을 넘어 유럽 전역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오스트리아 전 사회민주당 당수였던 크라이스키가 지적하듯이 더욱 큰 문제는 극우 정당들에 의제를 선점당한 기존의 정당들이 스스로 ‘우경화’하거나 그들과 동맹을 맺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극우 정당이 유럽에서 확산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이민과 경제적 이유에 더해 환경보호와 여성의 권리와 같은 전통적인 정치 좌파와 관련된 주제와 요구를 더 많이 끌어들이고 수용하고 있다. 둘째, 극우 정당을 비롯한 극우 집단들은 이러한 문제들을 그들의 민족주의 이상과 연관시킴으로써 주류 정치와 극우 정치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극우 세계관의 확장과 대중문화의 상징으로 극우 정치를 재포장함으로써 과격한 이미지의 극우 집단이 국제 언론의 선한 관심을 받고 주류 정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셋째, 최근 극우 집단은 텔레그램(Telegram), 시그널(Signal)과 같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도 이념을 전파하고 회원을 모집하며 자원을 동원하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은 비계층적이고 리더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 극우 조직의 공인된 지도자 중심이라는 패러다임과는 상충한다. 그러나 극우 집단과 행위자들은 웹 플랫폼을 익명의 방식으로 쉽게 관리할 수 있으므로 정보 확산 기능과 극우 세력 동원의 주요 통로로 활용하고 있다. 넷째, 유럽연합(EU) 반대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극우 정치집단들은 유럽 대륙을 가로질러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여기에 더해 우파 포퓰리즘 정당들은 하위문화 간 네트워크를 구축함으로써 기후운동에 대한 반대를 새로운 문화전쟁 이슈로 격상시키고 있다.

오늘날 유럽은 주변 국가로부터 오는 난민들과 EU 시민들 사이에 조화로운 공존을 유지해야 하는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한국 역시 저출생의 해법으로 이민자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으며 다문화 사회로의 진입 등 극우 세력의 성장에 유리한 조건들이 나타나고 있다. 극우 세력이 확산하는 이유 중 하나는 중심 정당의 무관심이나 실수 때문이다. 따라서 주류 정당은 극우 정당이 주장하는 이슈에 직접 대응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정치적 대안을 제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종서 EU정책연구소장 한국유럽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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