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한국 핵무기 재배치엔 ‘NO’ 핵잠 수시 전개로 ‘불안 달래기’

김유진 기자 2023. 4. 27.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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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G, 나토식 핵공유와 차별화
미 “한국의 NPT 준수 재확인”
핵 비확산체제 유지에도 방점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워싱턴 선언’은 한·미 핵 협의그룹(NCG) 창설 등 북핵 위협에 대한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명시한다. 양국 정상이 대북 확장억제에 관한 별도의 성명을 채택한 것은 처음이다.

미 정부 고위당국자는 25일 전화 브리핑에서 “한·미 동맹 현대화의 목적은 다음 70년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확장억제 강화의 주요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보장하는 강력하고 실질적인 노력의 예시로 NCG 창설, 핵추진잠수함(SSBN) 등 전략자산 전개, 모의훈련을 포함한 연습·훈련 확대 등을 거론했다. 또한 북한의 핵 사용 가능성을 겨냥해서는 “만약 우리를 시험한다면 집단적이고 압도적으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한·미가 ‘핵’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별도의 협의체를 신설키로 한 것은 그간 한국이 요구해온 대로 미국 핵 자산의 기획·실행 등 의사 결정 과정에 한국 측의 참여를 제도화하는 첫발을 뗀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 측은 NCG에 대해 “평시의 협의 메커니즘으로, 확장억제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한국의 동료들이 그런 사고 과정에 참여하는 협조적인 절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새 협의체 운영 방식과 구성, 의제 등 세부 사항은 알려지지 않았다. 한·미 외교·국방차관이 참여하는 기존의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보다 격상된 장관급 형태인지가 관심을 모은다. 결국 새 협의체 운영 과정에서 얼마나 실효성이 담보되느냐가 관건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새 협의체가 윤 대통령이 지난 18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강력한 핵 공격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는 나토 이상의 강력한 대응이 준비돼야 한다”고 언급한 것과 맞아떨어질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측은 NCG 창설에 관한 영감을 나토 핵계획 그룹에서 받았다면서도 “둘은 차이점이 있다. 나토는 전진 배치된 전술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한반도에는 그러한 것이 없고, 앞으로도 (배치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분명히 말하지만 우리는 미국의 전술핵이나 다른 어떤 종류의 핵무기도 한반도에 되돌려놓을 구상을 하지 않고 있다”고도 밝혔다.

미국은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핵우산 제공’에 대한 가시성을 높여 한국 내에서 커지는 확장억제에 대한 불안감을 완화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 고위당국자도 “일부 한국 국민이 김정은의 핵 그림자 아래 사는 것에 대해 불안을 느끼며 미국 확장억제가 어떻게 작동할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1980년대 이후 처음으로 핵추진잠수함 전개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 핵우산에 대한 가시성을 높이려는 단적인 예다. ‘로널드 레이건’ ‘니미츠’ 등 핵항모의 부산 입항과 같은 조치가 뒤따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 측은 그러면서도 “때때로 매우 분명하게 미국 확장억제의 힘을 보여주겠지만, 추가 전략자산의 영구 전진 배치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미국 측이 확장억제 제공 못지않게 한국의 비확산 의무 이행을 강조하고 있는 점이다. 미 고위당국자는 브리핑에서 한국의 독자 핵개발에 대한 견해를 묻자 “한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상 의무에 대한 지속적인 헌신을 재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도의 역량을 갖춘 인도·태평양 역내 여러 국가가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기로 선택한 것은 미국 외교정책의 위대한 성과임에도 그동안 간과돼 왔다”며 “북한, 그리고 다른 지역 도전에 직면해서도 (비확산) 노력은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로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한국 내 핵무장 찬성 여론이 고개를 드는 상황에서 한·미 간 미묘한 인식차를 드러낸다. 한국 정부는 여론을 고려해 가능한 한 더 많은 확장억제 강화 조치를 얻어내야 하는 입장인 반면, 미국은 동맹국 내에서 제기되는 불안감을 해소하면서도 역내 핵 군비 경쟁을 억제해 국제 비확산체제를 유지하는 것을 과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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