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원 "'맘마미아!'는 내 운명…영원한 '댄싱퀸' 할래요"[문화人터뷰]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운명' 같은 작품이에요. 실제 딸에게 나중에 제 묘지에 '댄싱퀸' 음악을 꼭 틀어 달라고 했어요. 묘비엔 '신나게 춤춰봐 인생은 멋진거야 기억해 넌 정말 최고의 댄싱퀸' 가사를 새겨 달라고 했죠."
배우 최정원은 뮤지컬 '맘마미아!' 주역인 '도나'를 위해 태어났다고 자부한다. 2007년부터 16년간 인연을 이어오며 전 세계 최장수 도나로 살아왔다. 2019년 12월8일 대구에서 자신의 1000회 공연을 기록했고 현재 1030회를 돌파했다. 세계적으로 최다 공연은 2400회를 넘긴 스페인 배우다.
지난 26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만난 최정원은 "딱 2000회까지 하고 싶다"고 환하게 웃었다.
"요즘 최고의 컨디션이에요. 체력이 더 좋아졌어요. 1500회까지 할 수 있는 힘이 충분하죠. 작품도 사람 같아요. 알면 알수록 정이 생기고 더 궁금해져요. 60살이 두렵지 않다는 걸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1999년 런던에서 초연해 올해 24주년을 맞은 '맘마미아!'는 세계적인 팝 그룹 아바의 음악을 엮은 원조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그리스의 작은 섬을 배경으로 도나와 딸 소피의 우정과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한국에선 2004년 초연했다.
지난달 24일 막을 올린 이번 시즌은 스스로 다르다고 자신했다. 지난 시즌보다 더 성장했다며 "이제야 정말 도나가 됐다. 모든 장면이 물 흐르듯이 흘러간다"고 말했다.
"아바 음악이 나오는 순간부터 무대에 빨리 나가고 싶어서 미칠 것 같다. 하루에 다섯 번도 공연할 수 있다"고 너스레도 떨었다. 베테랑 도나이지만 지금도 매일 대본을 본다. "초심을 잃지 않으려 해요. 매일 처음 만나는 기분으로 무대에 오르죠."
최정원은 사실 초연부터 오디션 제안을 받았다. 당시 '지킬앤하이드'의 '루시' 역을 하고 있었다. "그때도 딸은 있었지만, 무대에서 엄마의 타이틀을 갖기엔 아직 미혼의 아름다운 여성 역할을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어요. 그렇게 도나의 나이인 39살에 이 작품을 만나 더욱더 운명적이에요. 그래서 16년을 도나로 멋지게 살 수 있었지 않나 싶어요."
2006년 오디션을 봤을 때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당시 '미스 사이공'의 '엘렌' 역으로 오디션을 보고 확신했지만 최종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때 한 줄기 빛처럼 도나 역의 오디션 제안이 다시 들어왔다.
"꼭 하고 싶었던 '미스 사이공'이었고 기대를 많이 해서 충격과 상처가 컸어요. 일주일 동안 울었던 것 같아요. 그때 최정원의 도나를 한번 보자는 제안이 주님 목소리 같았죠. '내가 뭐하고 있지'란 생각에 더 이 악물고 오디션을 준비했고 합격했어요. 당시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님이 '완벽한 도나'라고 해준 말이 아직도 기억나요. 돌이켜보면 전화위복이 됐죠."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2007년 첫 공연을 마친 후 밤새 식은땀을 흘리며 응급실에 실려 간 적이 있다고 떠올렸다. 쓸개관 안에 세 개의 담석이 생겼고 당장 수술해야 한다고 했단다. 하지만 그는 진통제를 맞으며 공연을 강행했다.
"공연할 땐 관객들의 에너지를 받아선지 전혀 몰랐어요. 수술해야 한다고 했지만, 전날 첫 공연을 했는데 일주일을 멈출 순 없었죠. 지금 공연이 중요하냐며 의사에게 혼도 났어요. 병원에서 출퇴근했는데, 무대에 서지 못할까봐 무서웠어요. 새벽에 목소리가 잘 나오는지 확인하고 다시 잠들기도 했죠. 나중에 공연을 마무리하고 수술받겠다고 하니 돌이 다 빠져있더라고요. 의사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죠.(웃음)"
'시카고'의 '벨마 켈리', '마틸다'의 '미세스 웜우드'(마틸다 엄마), '프리다'의 '프리다' 등 수많은 캐릭터를 거쳤지만 그중에서도 도나의 특별함은 자연스러운 '편안함'이라고 했다. 극 중 딸인 소피와 함께하는 장면에선 딸을 키우며 느꼈던 감정을 다시금 마주한다.
"제가 경험해 보지 않은 일도 많잖아요. 대부분 상상하며 연기할 때 애를 쓰죠. 하지만 도나는 달라요. 직접 겪었던 감정이 많아 힘을 주지 않아도 할 수 있죠. 소피랑 투덕거리며 싸울 땐 사춘기였던 딸이 떠올라요. 결혼을 앞둔 소피 머리카락을 빗겨줄 땐 매일 아침 딸의 머리를 땋아주던 기억이 나죠. 딸은 지금 25살인데, 남편보다 더 친한 친구예요."
끼는 어린 시절부터 다분했다. 여섯 살 때 이미자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성대모사를 하면 웃음 짓는 엄마의 얼굴이 마냥 좋았다. 고등학교 1학년 땐 텔레비전에서 본 뮤지컬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를 보고 가슴이 뛰었다. 서점에 가서 관련 책들을 뒤져보며 뮤지컬 장르를 알게 됐고, '이게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줄 때 큰 기쁨을 느껴요. 어릴 적 엄마를 웃게 하는 게 가장 행복이었죠. 그리고 나이를 불문하고 관객들이 가장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게 바로 '맘마미아!'에요. 제 적성에 딱 맞죠."
1989년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로 데뷔한 최정원은 34년간 한 해도 공연을 쉰 적이 없다고 했다. "공연이 있는 날 컨디션이 훨씬 좋다"고 미소 지었다.
"김연아·손흥민 선수가 최고가 될 수 있었던 건 하루도 쉬지 않아서겠죠. 저도 노래와 춤을 안 하면 더 병이 나요. 쉬어야 잘 되는 게 아니라 유기적으로 에너지를 계속 받아야 하죠. 저는 무대가 미치도록 좋아요. 100% 에너지를 다 쏟으며 그날이 마지막 공연인 것처럼 매일매일 하고 있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옥경이 치매 멈춰"…태진아, 5년 간병 끝 희소식
- '8번 이혼' 유퉁 "13세 딸 살해·성폭행 협박에 혀 굳어"
- 박수홍 아내 김다예 "제왕절개 출산 후 고열로 응급실行"
- 김정민 "月 보험료만 600만원…형편 빠듯"
- 홍진호, 기흉수술 후 아빠 됐다…"콩콩이도 잘 나와"
- 곽튜브, 이나은 논란 마음고생 심했나 "핼쑥해져"
- "새로 산 옷이라"…마약 옷에 젹셔 비행기 타려던 20살
- '사혼' 박영규, 54세 나이차 딸 최초 공개…꿀 뚝뚝
- '양육권 소송' 율희, '업소 폭로' 최민환 흔적 지웠다…영상 삭제
- "승차감 별로"…안정환 부인, 지드래곤 탄 트럭 솔직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