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용혜인 "'생활동반자법' 최초 발의한 이유는요…"

송다영 2023. 4. 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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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법' 논의 당시 보수 반대 겪고 이번엔 '발의에 최우선' 뒀다"
"생활동반자법은 더 많은 국민들을 '가족'으로 포용하는 법"

용혜인(33) 기본소득당 의원이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안'(생활동반자법)을 발의했다. 2014년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생활동반자 관계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내놓은 지 9년 만이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용혜인(33) 기본소득당 의원이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안'(생활동반자법)을 발의했다. 2014년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생활동반자 관계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내놓은 지 9년 만이다. 당시 진 의원은 법안을 마련했으나 발의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때문에 생활동반자법이 국회에 발의된 것은 용 의원 법안이 최초다.

'생활동반자법'이 처음 국회에 등장한 이후 약 10년, 용 의원은 이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을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용 의원은 "이제는 생활동반자법을 발의할 수 있는 '시대'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라며 그간 사회적 인식도 변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지난 2020년 여성가족부의 사회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7명(69.7%)은 '혼인·혈연 여부와 상관없이 생계와 주거를 공유한다면 가족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법안은 '대한민국 국적 또는 영주권을 가진 성년이 된 두 사람이 상호 합의에 따라 일상생활, 가사 등을 공유하고 서로 돌보고 부양하는 관계'를 '생활동반자관계'로 규정해 '가족'의 개념을 확장하는 것이 골자다. 기존의 혈연·결혼 기반으로만 묶였던 가족의 범위를 '느슨한 연대'로 확장하자는 것이다. 야당 내에서도 생활동반자법 추진을 위한 움직임은 있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월 13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우리도 생활동반자제도 도입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라며 "프랑스는 1999년 시민연대계약을 도입해 출생률을 2.1명까지 높일 수 있었다"고 생활동반자법을 언급했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도 지난 2월 24일 "생활동반자법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야당 간의 공감대가 있지만 입법 전망은 불투명하다. 우선 '전통적 가족의 해체' '동성혼 합법화' 등 용 의원의 생활동반자법 발의 후 이어질 집단 반발의 목소리는 이미 명확하게 예고돼 있다. 이에 대해 용 의원은 "지금 우리 사회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가족의 해체'가 아니라 '가족을 구성할 권리가 우리에게 없다'는 점이다. 75년동안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던 가족법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용 의원은 인구 위기가 대두되는 현시점에서 "'동성애 반대'의 맥락만으로 생활동반자법을 치부하기에는 이미 이 법이 사회의 중요한 과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엄밀히 말하면 '성 정체성'과 큰 관련이 있는 법도 아니다"라고 법안 취지를 설명했다.

용 의원은 21대 국회 임기 약 1년을 남기고 생활동반자법을 발의하는 이유를 묻자 "법안 통과를 바란다면 숙의를 하는 과정에서 적어도 1년 정도 필요하지 않을까 했다. '더 늦기 전에 발의해야겠다'는 조바심과 절박함도 있었다"라며 "2023년 정도면 우리가 누구든 '원하는 사람과 가족을 이룰 권리' '외롭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입법에 국회가 나서야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웃어 보이며 이야기했지만, 말하는 내내 용 의원의 음성에는 간절함이 묻어 있었다.

<더팩트>는 24일 생활동반자법 발의를 앞둔 용 의원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나 생활동반자법 발의 이유, 법안의 취지 및 필요성 등에 관해 물었다. 다음은 용 의원과의 일문일답.

용 의원은 생활동반자법을 "생활을 공유하면서 서로를 돌보고 부양하는 동반자 관계를 '생활동반자'로 규정하자는 법으로, 생활동반자도 기존의 가족 관계와 마찬가지로 법률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용혜인 의원실 제공

-'생활동반자법'(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안)이 생소한 독자들을 위해 법안 내용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생활을 공유하면서 서로를 돌보고 부양하는 동반자 관계를 '생활동반자'로 규정하자는 법으로, 생활동반자도 기존의 가족 관계와 마찬가지로 법률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혼인으로 가족을 이루는 방식인 '법률혼'과의 차이는 상대방 가족과 인척 관계가 형성되지 않는 '개인과 개인의 결합'이라는 점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혼인과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만을 가족으로 인정한다. 반면 우리 사회에서 가족의 의미와 형태는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혈연 혹은 혼인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은 가족들이 존재함에도 법적으로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하는 데에 문제의식이 있었다. 실제로 배우자와 사별 뒤 마음이 맞는 파트너와 여생을 보내는 노인 가족들, 친구와 함께 사는 가족도 있을 수 있다. 이들이 응급 상황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 공동으로 주거할 집을 구할 때 혹은 동반자가 사망했을 때 등 생애 전 과정에서 가족으로서의 권리와 지위를 보장받지 못하는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생활동반자법을 발의하게 됐다. 법안은 생활동반자들이 '돌봄' '노동' '복지' '장래' 등 생애 전 과정에서 가족으로서의 권리가 인정될 수 있도록 구성했다.

-2014년 진선미 의원이 생활동반자법을 국회에 등장시켰고, 이후 법안을 발의하는 건 본인이 최초다. 발의 과정에서 힘든 점은 없었나.

2014년 당시 진 의원이 생활동반자법 추진 당시 보수 진영, 특히 보수 기독교 단체에서 '동성애자들 간 결합을 인정하는 법'이라고 반대해 발의가 되지 못한 걸로 알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생활동반자법은 성 정체성과 큰 관련 없다. 정체성과는 무관하게 국민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사람과 가족을 이루고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기본소득당은 국회의원이 한 명인 군소정당이기 때문에 법안 발의 자체가 쉽지는 않다. 특히나 사회의 큰 변화를 만들어내는 법안들의 경우 더 어렵다. 그런데 이번 법안에는 민주당, 정의당, 진보당 그리고 무소속 의원들까지 정당을 불문하고 생활동반자법의 취지에 공감하는 의원들이 발의자에 참여해 줘서 첫 의미 있는 첫걸음을 뗄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한다.

-공동발의자를 찾기 위해 동료 의원들에게 입법 필요성을 담은 친전을 보냈다고 들었다. 의원들의 반응은 어땠나.

법안이 21대 임기 내 처리가 된다면 가장 좋겠지만 사실 법안이 발의돼 국회라는 공식적 논의의 장에 올라가는 것 차제만으로도 의미있는 첫 발을 떼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심정을 담아 법안 발의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에게 친전을 돌렸고 전체는 아니지만 따로 전화를 건 의원들도 있었다. 법안의 취지에 공감해주는 의원들도 많이 계셨다. 간혹 '취지는 알겠고 필요한 법안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법안 검토를 좀 해 보겠다'고 에둘러 거절하는 분도 계셨다. 그때는 발의 자체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모르던 시점이라서 그런 한 분 한 분이 굉장히 아쉬웠다.

-공동발의에 참여한 이들은 누가 있나.

민주당 강민정·권인숙·김두관·김한규·유정주·이수진(비례)의원, 정의당 류호정·장혜영 의원, 진보당 강성희 의원, 무소속 윤미향 의원 등이 함께 법안에 이름을 올렸다.

-여당 의원들에게는 왜 친전을 돌리지 않았나.

법안이 발의되는 것 자체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서다. 이전에 보수 기독교 단체의 항의 등으로 '차별금지법'(평등법)이 발의도 전에 멈춰버리는 일이 있었다. 이번엔 그때보다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용 의원은 생활동반자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생활동반자법이 제정되면 '혼인'이라는 관계 바깥에 있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가족들이 제도적으로 보호받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남용희 기자

-생활동반자법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국민들의 생활에 어떤 부분들이 달라질 거라고 보나.

생활동반자법이 제정되면 '혼인'이라는 관계 바깥에 있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가족들이 제도적으로 보호받을 거라고 본다. 생활동반자 관계에서 상호 당사자들은 가사 대리권, 가사로 인한 연대 책임, 찬양자 입양과 공동 입양 등 혼인에 준하는 권리와 의무들을 부여받는다. 때문에 같이 살면서 발생하는 가사 분담·돌봄·경제적·양육 문제 등을 법적으로 조율하도록 부칙으로 25개의 가족 관련 법안들을 개정하도록 했다.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가족을 구성하는 되어 이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행복감, 안정감 등)을 미칠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전통적 가족이 해체된다' 등 여러 이유로 법안에 반대할 목소리들이 예상된다. 이에 대한 반론은.

생활동반자법은 가족을 해체하는 법안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고 있는 가족들을 더 많이 법 테두리 안으로 포용하고 확대하는 법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또 전통적인 의미의 가족은 이미 해체되고 있다. '4인 가구'의 의미도 이제는 아이가 없는 부부 혹은 결혼하지 않고 살아가는 1인 가구 등 굉장히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지 않나. 실제로 결혼을 하지 않은 연인들 혹은 친구끼리 주거를 함께 하는 경우가 이미 47만여 가구에 달했고, '비친족 가구원'도 100만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현실은 다르다. 현실은 혈연이나 혼인 관계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누군가 아플 때 수술 동의서에 사인도 할 수 없다. 또 함께 살 집을 구할 때 대출도 받을 수 없다. 동거인이 사망했을 때 장례를 치를 권리도 없다. 이게 현실이다.우리 사회가 가족 해체가 아니라 '가족을 구성할 권리가 우리 자신에게 없다는 점'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가족법이 위기에 처한 게 아니라 그 가족법이 우리 사회를 오히려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법안 발의 이후 본회의에 통과되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국민들과 동료 의원들에게 법안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면.

누구든 원하는 사람과 가족을 이루고 살아갈 권리를 위해 국회가 한걸음 시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생활동반자법 입법은 내가 의존하고 의지할 사람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국민들의 일상에서부터 정서적인 사회 안전망을 탄탄하게 만들어 가는 일이다. 생활동반자법을 시작으로 모든 가족들이 우리 사회에서 외롭지 않게 살아갈 수 있도록 공론장의 논의가 꼭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앞으로 '인구 위기' 같은 문제들도 정부에서 다루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올 것이다. 관련해 정부나 여당에서도 생활동반자법을 '동성애 반대'의 맥락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일단은 국회에서 '보통 법안'처럼 법안 심사만이라도 좀 제대로 해 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유의미하고 내실 있는 공론화 과정을 밟아발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용 의원이 생각하는 가족이란 '친밀함과 돌봄의 실천'을 조건으로 '일상생활과 가사 등을 공유하고 서로 돌보고 부양하고 책임지는 관계'라고 했다. /남용희 기자

-본인이 생각하는 '가족'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자면.

질문 중에 이게 제일 어렵더라(웃음). 생활동반자법에서의 가족의 정의 일부를 차용하겠다. 가족이란 '일상생활과 가사 등을 공유하고 서로 돌보고 부양하고 책임지는 관계'다. 혼인이나 혈연이 조건이 아니라 '친밀함과 돌봄의 실천'을 조건으로 가족이 돼야 한다.

☞용혜인 의원은 누구? 1990년생. 경희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가만히 있으라' 운동을 주창했다. 2019년 노동당 당대표를 맡았고 2020년 기본소득당을 창당해 초대 상임대표로 선출됐다. 그해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등의 위성 연합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비례대표로 출마해 당선된 후 기본소득당으로 복당했다. 현재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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