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다문화’로 호명되지 않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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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족 자녀 장학금 지원', '저소득 다문화가정 모국 방문 지원', '저소득 다문화여성 건강검진 지원'.
'아니, 다문화가정에게는 이렇게 많은 지원이 있다니!'라는 생각이 절로 들지만 소수 대상인 데다 까다롭기까지 해서 생색만 내는 것들도 있다.
2021년 다문화가족 실태조사는 이혼과 사별로 다문화 한부모가 증가하고 있고 10년 이상 거주한 사람일수록 결혼이민자나 귀화자가 자녀를 양육하는 경우가 93%에 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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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다문화 당사자들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그동안은 대부분 다문화가족이 반색할 것이라고 여겼다. 지원에 촉각을 세우리라 생각했다. 간간이 다문화가족이 무슨 특권인 양 추천서를 내놓으라며 언성을 높이는 사람도 있었으니 말이다.
최근 만난 결혼이민여성은 프로그램 참가비를 받으면 좋겠다고 했다. 무료로 받는 건 싫다고 했다. 중학생 아이는 자신을 다문화가족에서 빼달라고 담임에게 말했단다. 소수의 의견일지 모르나 귀담아들을 이야기라 생각됐다.
지난해 다문화 한부모가정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2021년 다문화가족 실태조사는 이혼과 사별로 다문화 한부모가 증가하고 있고 10년 이상 거주한 사람일수록 결혼이민자나 귀화자가 자녀를 양육하는 경우가 93%에 달한다고 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이혼과 사별한 여성이민자는 경제적 빈곤과 자녀 양육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했다. 우리도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한부모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참가자들의 사는 형편이 어떤지 어려움은 없는지 자주 확인하였다. 돈이 넉넉한 건 아니지만 꾸준히 일을 찾아서 하고 있고 아이 챙기는 것도 익숙해졌다고 했다. 오히려 남편이 곁에 있을 때보다 사는 게 안정됐다고 했다. 아쉬운 게 있다면 시간이 부족하다는 거였다. 하반기엔 굳이 주말에 오라고 하지 않았다. 다문화에 한부모까지 추가가 됐으니 도움이 필요하리란 판단은 논리가 단순했거나 서비스가 적절치 않았던 것으로 결론을 내려야 했다.
스웨덴의 청소노동자 마이아 에켈뢰브는 다섯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다. 그녀의 일기 ‘수없이 많은 바닥을 닦으며’에는 식비와 의복비, 난방비와 아이들 일자리 걱정이 끝이 없다. 그래도 궁핍에 압도당하지 않았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공부하였고 베트남과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나는 전쟁에 귀를 기울였다. 자신의 말대로 사회복지 대상자 주제에 세상을 걱정하는 사람이었으니 역사는 결코 그녀를 소외시킬 수 없었다. 그녀만큼 세상의 주인공이요, 역사의 주체인 사람이 또 있었을까 싶다. 청소노동자 한부모 프레임으로 그녀를 봤다가 뒤통수를 세게 맞았다.
그래도 다문화라는 틀을 버리기 힘들다. 결핍이 있을 거란 가정과 이를 채워서 기울기를 메꿔주자는 의도는 선하다. 과연 결과도 선할까? 선한 의도를 실현하기 위해 결핍을 찾아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는 건 아닐까? 주인공으로 살아갈 사람을 객체에 주저앉히는 건 아닐까? 다문화라는 타이틀이 없어도 낙오되지 않을 안전망이면 좋겠다.
정종운 서울 구로구가족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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