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얼굴’에 한 방을 날리다
첫 대결은 두산이 0-1 아쉽게 패배
‘이승엽 벽화’ 날아간 구자욱 홈런
삼성 4연패 탈출 시킨 ‘결승포’로
관중석에선 올드 팬들이 환호성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외야 한쪽에는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이승엽 두산 감독(47)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삼성을 상징하는 최고 스타가 상대팀 감독으로 대구를 찾은 경기. 홈팀 삼성이 이승엽 감독을 울렸다.
삼성은 26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의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하며 벽화의 주인공에게 패배를 안겼다. 삼성은 개막 후 가장 주목받은 빅매치에서 승리하며 최근 4연패 사슬을 끊어냈다.
이승엽 감독은 두 말이 필요 없는 삼성의 레전드다. 경북고를 졸업한 뒤 1995년 삼성에 입단한 이승엽은 국내에선 삼성에서만 뛰며 홈런을 467개 쳤다. KBO 통산 홈런 1위이고,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2003년 56개)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이 감독이 지난가을 삼성이 아닌 두산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리고 전날 비로 취소된 뒤 26일 드디어 이 감독과 삼성의 첫 매치가 성사됐다.
수십명의 취재진이 모일 만큼 많은 관심을 모았지만 정작 이승엽 감독은 덤덤했다.
그는 “나는 이제 두산에 적응이 됐지 않나. 냉정해져야 하고 확실히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한다”며 팀 승리에 집중했다.
2012년 삼성에 입단해 2015년부터 3시즌 동안 이승엽 감독과 선후배로 함께 뛰었던 구자욱도 “솔직히 똑같은 경기라고 생각한다. 경기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최근 연패 탈출에 대한 의지가 더 강했던 구자욱은 “이승엽 감독님이 다시 야구장으로 돌아오셔서 너무 기쁘고 야구 팬들도 다 기뻐하시는 것 같다. 하지만 승리는 박진만 삼성 감독님에게 안겨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날 관중석에는 이승엽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종종 보였다. 이승엽 벽화 아래에서 그가 현역 시절 한국과 일본을 통틀어 친 홈런 개수인 626이 새겨진 대형 야구공과 기념사진을 찍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 팬들도 있었다. 경기 중간 관중들이 춤을 추며 이벤트를 하는 장면에서는 ‘사랑했다, 이승엽’이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든 팬도 포착돼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은 이 감독이 이끄는 두산을 홈런 한 방으로 꺾었다. 홈런의 주인공은 경기 전 이 감독에 대한 생각을 밝혔던 구자욱이었다.
3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장한 구자욱은 0-0으로 맞선 4회말 선두타자로 등장해 두산 선발 라울 알칸타라의 시속 149㎞ 직구를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시즌 2호 솔로 아치를 그렸다. 공은 오른쪽 외야 관중석 위에 그려진 ‘이승엽 벽화’ 근처로 날아갔다.
삼성 마운드는 이 한 점을 지켰다. 선발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은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우완 이승현이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어 베테랑 오승환이 8회 올라와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았고 좌완 이승현이 1.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면서 1-0의 스코어를 끝까지 지켰다.
경기 후 구자욱은 “알칸타라가 워낙 공이 좋은 선수라서 실투를 놓치지 않으려 했다.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던 공이 왔다”고 말했다.
잠실에서는 SSG가 선발 송영진의 6이닝 5안타 3실점(2자책) 호투에 솔로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2타점을 뽑은 오태곤의 활약을 더해 LG를 5-3으로 꺾고 다시 1위에 올랐다. 광주에서는 KIA가 2회말 주효상의 적시타와 김규성의 3점 홈런으로 4점을 뽑아 달아난 끝에 NC를 6-0으로 이겼다. 고척에서는 키움이 선제 2점 홈런 포함 5타수 3안타 6타점으로 활약한 에디슨 러셀의 화력을 앞세워 KT를 13-2로 대파했다. 사직에서는 롯데가 한화를 8-1로 꺾으며 5연승 행진을 달렸다.
대구 |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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