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뒤에 나가는 마무리…좌승현 "부담은 됩니다"
기사내용 요약
26일 두산전서 1-0 리드 지키고 1년 만에 세이브
21일 KIA전서 끝내기 홈런 맞은 기억 떨치고 승리 지켜
[대구=뉴시스] 김희준 기자 = KBO리그에서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꼽히는 오승환(41·삼성 라이온즈)의 뒤를 이어 등판하는 투수가 있다. 바로 삼성 좌완 영건 이승현(21)이다.
이승현은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벌어지는 2023 신한은행 쏠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팀이 1-0으로 앞선 8회초 2사 1루 상황에 등판해 1⅓이닝을 2피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팀 승리를 지켜냈다.
1-0 승리를 거둔 삼성은 4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이승현은 시즌 1호이자 개인 통산 두 번째 세이브를 따냈다. 지난해 4월 29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데뷔 첫 세이브를 수확한 이후 362일만에 거둔 세이브다.
마무리라는 중책을 맡은 이후 맛봤던 끝내기 홈런의 아픔을 딛고 신고한 세이브다.
올 시즌 초반 삼성의 마무리 투수는 통산 374세이브를 수확한 오승환이었다. 하지만 오승환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박진만 삼성 감독은 제 컨디션이 아니라고 판단해 당분간 마무리 투수를 교체하기로 했다.
임시 마무리로 선택한 것이 이승현이었다. 삼성에 우완 이승현이 또 있어 '좌승현'으로 불린다.
박 감독이 마무리를 바꾸겠다고 밝힌 것은 20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를 앞두고서였다. 하루 뒤인 21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이승현에게 세이브 기회가 왔다.
하지만 삼성이 4-2로 앞선 9회말 마운드에 오른 이승현은 팀 승리를 지키지 못했다. 이창진에 안타를 맞은 이승현은 소크라테스 브리토에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준 뒤 최형우에게 왼쪽 담장을 넘기는 끝내기 3점포를 얻어맞았다.
이날도 이승현은 연속 안타를 맞아 위기를 자초했지만 실점하지 않았다.
이날 경기에서 1-0의 살얼음판 리드를 유지하던 삼성은 8회초 오승환을 투입했다. 오승환은 선두타자 정수빈에 볼넷을 헌납했으나 포수 강민호의 도루 저지로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조수행에 또 볼넷을 준 오승환은 양석환에 좌익수 뜬공을 유도했다.
2사 1루 상황이 되자 삼성 벤치는 이승현을 투입했다.
김재환을 삼진으로 처리하고 8회를 마친 이승현은 9회초 선두타자 양의지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았다. 양의지가 좌중간을 향하는 안타성 타구를 날렸는데, 중견수 김성윤이 전력질주한 뒤 다이빙캐치로 걷어냈다.
호세 로하스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이승현은 강승호, 허경민에 연속 안타를 맞아 2사 1, 3루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이유찬을 2루 땅볼로 처리하고 팀 승리를 지켜내는데 성공했다.
이승현은 "양의지 선배 타구를 보면서 '저리로 가면 안되는데' 하는 생각을 했다. (김)성윤이 형도 그렇고, 모든 팀이 하나가 돼서 잘했기 때문에 제가 세이브를 할 수 있었다"며 "이유찬을 상대하면서 만루가 되면 정수빈 선배님이 계셔서 더 힘들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승부를 봐야한다는 생각이었다"고 돌아봤다.
"지난해 세이브를 거뒀을 때는 얼떨결에 올라갔다"고 떠올린 이승현은 "이제 마무리 보직을 맡은 뒤 올라간 것이라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승현은 "마무리 투수로 처음 등판한 이후 선배님들이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 저 스스로 힘들었는데 선배님들 말씀을 듣고 나니 위축될 필요가 없겠더라"며 "마운드 위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이면 될 것이라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사실 오승환의 뒤를 이어 등판한다는 사실은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승현은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부담이 된다"며 "어릴 때부터 오승환 선배님을 보고 야구를 했기에 아무래도 많은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이승현은 "마무리 투수로 뛰게 된다는 통보를 받았을 때 '이 자리를 맡아도 되나'라는 생각을 했고, 많이 부담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첫 세이브 기회에서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후 이승현은 오승환으로부터 장문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이승현은 "오승환 선배님이 '기억해야 할 경기가 있고, 잊어야 할 경기가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끝내기 홈런을 맞은 지난 경기는 잊지 말아야 할 경기다"며 "오늘 경기는 상황이 힘들었다고 해도 경기를 이겼다. 자꾸 기억하면 다음 경기에 영향이 있을 것 같아서 기억하지 않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험이 많으신 선배님이 그런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이승현을 곁에서 지켜본 이들은 오승환과 닮은 점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마운드 위에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점이 특히 그렇다.
이승현은 "제가 부끄러움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오히려 차분하지 않은 것 같다"고 겸손해한 뒤 "그래도 마운드 위에서는 티를 안 내려고 한다"고 전했다.
마무리 투수로서 경쟁력을 묻는 말에 "공의 힘과 커브"라고 답한 이승현은 "마운드 위에서 생각이 많은 편인데 별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노려한다. 항상 이기는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좋은 모습만 보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jinxij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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