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알려드릴 순 없고”…무용지물 ‘임신중지’ 상담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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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해드릴 순 있지만, 병원은 직접 알아보셔야 해요."
여가부는 "준비되지 않은 임신·출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임산모와 그 가족에게 초기 정보를 제공하고 심리 상담을 진행하겠다"며 2019년부터 기존의 '가족상담전화'에 '임신·출산 갈등 상담' 항목을 포함했으나, 정작 이 전화에선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정보를 얻거나 적절한 상담을 받을 수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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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지권]
“임신했는데 출산할 상황이 안 돼 임신중지 하고 싶어요. 병원 안내를 받을 수 있나요?”
“임신중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해드릴 순 있지만, 병원은 직접 알아보셔야 해요.”
여성가족부(여가부)가 임신·출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 등을 위해 마련한 ‘임신·출산 갈등 상담’(1644-6621) 전화의 상담원과 한 통화 내용이다.
여가부는 “준비되지 않은 임신·출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임산모와 그 가족에게 초기 정보를 제공하고 심리 상담을 진행하겠다”며 2019년부터 기존의 ‘가족상담전화’에 ‘임신·출산 갈등 상담’ 항목을 포함했으나, 정작 이 전화에선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정보를 얻거나 적절한 상담을 받을 수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상담전화 자체가 ‘가족’이란 큰 틀 아래 ‘출산’에 방점을 찍고 있는 탓에, 상담 서비스 항목엔 아예 ‘임신중지’와 관련한 별도 항목이 없다. 가족상담전화(1644-6621)로 전화를 걸어, 0번을 눌러 ‘임신·출산 갈등 상담’으로 넘어가는 게 고작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임신중지를 받을 수 있는 지역별 병원 목록조차 받을 수 없었다. 26일 전화 연결이 이뤄진 상담원은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져 임신중지가 불법은 아니다”라면서도 “공공기관에서 임신중지와 관련한 정보를 제공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부실한 상담 내용과는 별개로, ‘임신·출산 갈등’이라는 모호한 표기 탓에 임신중지를 고민하는 이들이 이런 공적인 상담 서비스가 있는지조차 모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월 임신중지를 한 ㄱ씨는 “임신중지를 결심하고 백방으로 정보를 수소문했지만 여가부에 이런 서비스가 있는 줄은 몰랐다”고 했다. 결국 그는 임신중지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애플리케이션에서 병원 정보를 구했다.
이 때문에 실제 이 서비스를 통해 임신중지 상담을 받은 비율은 1%도 되지 않는다. 지난 1~3월 이뤄진 ‘임신·출산 갈등 상담’ 내용을 살펴보면, 상담 내용 총 4849건 가운데 임신중지 관련 상담은 46건(0.94%)에 불과했다. 한해 임신중지 추정치인 3만2063건(2020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견주면 턱없이 적은 수치다.
나영 ‘성적 권리와 재생산 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대표는 “낙태죄 폐지 이전 관행대로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 차원에서 안전한 임신중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온라인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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