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승현 "블론 세이브는 기억하고, 오늘 세이브는 잊겠다"

하남직 2023. 4. 26.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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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론 세이브 범한 뒤 오승환에게 장문의 격려 메시지 받아
승리 따낸 삼성 이승현 (대구=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2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삼성 이승현이 역투하고 있다. 2023.4.26psjpsj@yna.co.kr

(대구=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이승현(20·삼성 라이온즈)은 블론 세이브(세이브 실패)를 범했던 21일 KBO리그 역대 최고 마무리 오승환(40·삼성)으로부터 장문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받았다.

"투수에게는 잊어야 할 경기가 있고, 기억해야 할 경기가 있다"라는 문장이 이승현의 뇌리에 박혔다.

올 시즌 처음이자, 개인 통산 두 번째 세이브를 올린 26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만난 이승현은 "블론 세이브를 범한 21일 KIA 타이거즈전은 기억해야 할 경기다. 오늘 경기는 굳이 기억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웃었다.

하지만, 삼성 팬들에게 이날 이승현의 세이브는 꽤 오래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이승현은 1-0으로 앞선 8회말 2사 1루에 등판해 1⅓이닝을 2피안타 무실점 2탈삼진으로 막고, 팀 승리를 지켰다.

이승현이 세이브를 거둔 건, 2022년 4월 29일 KIA전 이후 1년 만이자 개인 통산 두 번째다.

이날 이승현에게 공을 넘긴 투수는 KBO리그 개인 통산 최다 세이브 기록(374개)을 보유한 오승환이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지난 20일 "오승환이 자신감을 잃은 것 같다. 코치진 회의를 했고,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주기로 했다"라며 "마무리 자리를 이승현에게 맡긴다"고 밝혔다.

8회 등판한 오승환은 2사 1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왔고, 이승현이 김재환을 삼진 처리하며 이닝을 끝냈다.

이승현은 9회 첫 타자 양의지의 좌중간으로 날아가는 공을 중견수 김성윤이 다이빙 캐치해 첫 아웃카운트를 잡고, 호세 로하스는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강승호와 허경민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2사 1, 3루에 몰렸지만, 이유찬을 2루수 옆 땅볼로 잡아내 세이브를 챙겼다.

인터뷰하는 이승현 (대구=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삼성 라이온즈 왼손 마무리 이승현이 26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의 홈 경기에서 세이브를 거둔 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경기 뒤 만난 이승현은 "지난해 4월에는 마무리 투수가 아니었는데, 얼떨결에 세이브를 거뒀다. 오늘은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세이브를 챙겨, 내겐 의미가 더 크다"고 했다.

그러나 이승현은 "오늘 경기는 굳이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 기억해야 할 경기는 따로 있다"며 시즌 첫 세이브를 거둔 날, 블론 세이브를 범한 쓰린 기억을 떠올렸다.

이승현은 '마무리 투수'로 공인된 후 처음 등판한 21일 KIA전에서 패전 투수가 됐다.

팀이 4-2로 앞선 9회말에 등판해 이창진에게 안타, 소크라테스 브리토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최형우에게 끝내기 역전 3점포를 얻어맞았다.

당시 경기 뒤 오승환은 마무리 투수 자리를 이어받은 후배 이승현에게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 격려했다.

오승환의 메시지에 담긴 속뜻을 알아차린 이승현은 21일 KIA전을 머릿속에 새기기로 했다.

승리 따낸 삼성 이승현 (대구=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2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삼성 이승현이 역투하고 있다. 2023.4.26psjpsj@yna.co.kr

이승현은 "솔직히 불론 세이브를 하고서 힘들었는데 오승환 선배를 비롯한 많은 분이 격려해주셨다. 격려받다 보니, 내가 위축될 필요가 없겠더라"며 "좋지 않은 기억에서 고칠 점을 찾아 더 나은 모습을 보이겠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실제로 이승현은 26일 두산전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였다.

위기도 있었지만, 당당한 투구로 극복했다.

이승현은 "9회 2사 1, 3루에서 정면 승부를 하지 않고 만루에 몰리면 더 힘들어진다. (포수) 강민호 선배님만 믿고 과감하게 던졌다"고 밝혔다.

한국 불펜 투수들에게 오승환은 '우상'이다.

오승환보다 스무 살 어린 이승현은 "오승환 선배님이 대구 시민구장에서 던지실 때부터 선배님을 응원했다. 선배님을 보면서 야구 선수의 꿈을 키웠다"며 "솔직히 코치님께 '오늘부터 마무리'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오승환 선배님이 있는데, 내가 그 자리를 맡아도 되나'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오승환은 압박감이 큰 자리를 맡은 후배를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오승환의 도움 속에 이승현은 차분히 실패 과정을 되돌아본 뒤, 다음 등판에서는 세이브를 챙겼다.

이승현은 "보직에 관계 없이 항상 견고하게 마운드를 지켜 팀 승리를 돕고 싶다. 팀과 팬들이 걱정하시지 않게, 선배들과 힘을 합해 경기 후반을 잘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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