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의 유쾌한 인터뷰 “생애 첫 6타점이요? 이미 월드시리즈에서 해봤죠”
키움은 새 시즌 4번타자 적임자를 놓고 고민이 없지 않았다. 지난해 4번을 맡았던 야시엘 푸이그와 결별한 뒤로 영입한 새 외국인타자 에디슨 러셀(30)이 그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 불투명했던 것이 사실이다.
러셀은 이미 키움에서 ‘반 시즌’을 뛴 적이 있었다. 그러나 타격 지표가 썩 좋지 않았다. 2020시즌 65경기를 뛰면서 타율 0.254 62안타 2홈런 31타점에 그쳤다. 더구나 러셀은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다. 타격에 대한 기대치가 외야수이던 푸이그와 똑같을 수는 없었다.
어쩌면 러셀의 반전이다. 러셀은 다시 돌아온 키움에서 이상적인 4번타자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26일 고척 KT전에서는 선제 2점홈런 포함 5타수 3안타 6타점으로 막강 화력을 뿜어냈다. 올시즌 18경기에서 시즌 타율 0.358에 2홈런 20타점으로 펄펄 날고 있다,
경기 뒤 인터뷰에서 러셀에 ‘한경기 6타점 이력’을 묻는 질문 하나가 나왔다. 러셀은 미소로 먼저 반응했다. 그리고 곧바로 “내가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라며 대답을 이어갔다.
러셀은 2016년 월드시리즈에서 시카고 컵스 주전 유격수로 팀을 정상에 올린 이력이 있다. 당시 클리브랜드와 승부에서 2승3패의 열세 속에 이어진 6차전에서 만루홈런 포함, 홀로 6타점을 쓸어 담았다. 월드시리즈 흐름이 바뀌는 결정적 장면이었다.
기분 좋은 기억까지 되살린 러셀은 “올시즌은 출발이 달랐고, 내 스스로 달라져있다”고 말했다. “2020년 KBO리그에 처음 왔을 때는 시즌 중간에 와서 준비가 부족했다. 아쉬움이 있었다”면서 “이번에는 스프링캠프부터 준비를 잘했다. 내 자신이 영리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자기 자신을 두고 똑똑해졌다는 것은 KBO리그에 대한 파악이 어느 정도 됐다는 얘기이기도 했다. 리그 투수들의 볼배합을 읽는 눈 등이 2020시즌과는 천양지차로 달라졌다는 자기 진단과 같았다.
러셀은 지금 페이스를 이어간다면 ‘유격수 골든글러브’ 후보로도 손색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수상자인 LG 오지환을 비롯해 SSG 박성한 등 리그 간판 유격수들과 공수 모두에서 겨루는 관전포인트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 중 관련 얘기가 나오자 그에 대한 기대도 살짝 하는 표정. 이제 시즌 시작이지만, 시즌의 끝도 자신 있어 하는 눈치였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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