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평화상’에 개러스 에번스 전 호주 장관
제주4·3평화상 수상자에 개러스 에번스 전 호주 외교부 장관(78·왼쪽 사진)이, 특별상 수상자에 강요배 화백(71·오른쪽)이 선정됐다.
제주4·3평화상위원회는 ‘제5회 4·3평화상’ 수상자로 에번스 전 호주 외교부 장관을 선정했다고 26일 밝혔다.
호주 출신인 에번스 전 장관은 변호사·정치가·외교관·국제활동가로 활동해왔다. 호주 국내 정치뿐 아니라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에서도 평화와 인권 가치를 구현하는 데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캄보디아 내전을 해결하기 위한 ‘캄보디아 유엔 평화계획’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고, 캄보디아의 평화를 정착시킨 ‘파리 평화조약’ 체결에 기여했다. 캄보디아 문제 해결을 계기로 국가폭력에 의한 대량 학살이 발생할 경우 민간인 보호를 위해 유엔이 개입할 수 있도록 규정한 ‘보호책임’을 국제규범으로 만들고 이를 실제 적용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또 핵 확산 방지 및 핵무기 폐기를 위한 아시아·태평양 지도자 네트워크(APLN)를 창설하고 의장을 지내는 등 핵무기 확산 방지와 화학무기 금지를 위한 활동을 활발하게 벌여왔다. 평화와 인권·민주주의를 옹호하는 활동과 함께 수많은 저서와 학술논문·보고서도 출판했다.
특별상 수상자인 강요배 화백은 제주 출신이다. 4·3의 실체를 미술작품으로 재현해 세상에 알리고, 4·3 진상규명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강 화백은 1988년 ‘한반도는 미국을 본다’는 주제의 동인전을 계기로 고향 제주에서 벌어진 수많은 사람의 죽음, 살아남은 사람들의 울분과 눈물, 침묵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1989년 4·3 유적지를 순례한 뒤 3년여 작업 끝에 1992년 서울에서 제주민중항쟁사전을 열었다.
4·3 50주년이던 1998년에는 ‘동백꽃 지다’ 전시회에서 14점을 선보였다. 특히 이 전시회는 제주도민의 저항과 비극을 처참하게 표현함으로써 4·3특별법 제정의 동력이 됐고 동백꽃이 4·3 상징이 되는 기점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상식은 다음달 30일 오후 5시 메종글래드 제주에서 열린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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