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감독 벽화로 날아간 공…구자욱의 한 방으로 끝난 삼성의 4연패[스경X현장]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외야 한 켠에는 팀의 프랜차이즈스타였던 이승엽 두산 감독(47)의 얼굴이 그려져있다.
삼성은 26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하며 벽화의 주인공에게 패배를 안겼다. 개막 후 가장 주목받는 빅매치에서 승리하며 최근 4연패 사슬을 끊어냈다.
이승엽 감독은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경북고를 졸업한 뒤 1995년 삼성에 입단한 이승엽은 줄곧 한 팀에서 뛰었다. 2004년부터 일본으로 진출했으나 2012년부터 다시 삼성으로 돌아와 2017시즌을 마치고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이런 이 감독이 지난 가을 삼성이 아닌 두산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리고 개막 후 이승엽 감독의 대구 첫 방문날이 다가왔다. 애석하게도 첫 경기는 많은 비로 취소됐고 26일 드디어 첫 매치가 성사됐다.
수십명의 취재진이 모일만큼 많은 관심을 모았지만 정작 이승엽 감독은 덤덤했다. 그는 “나는 이제 두산에 적응이 됐지 않나. 냉정해져야하고 확실히 (공과 사를) 구분해야한다”며 팀 승리에 집중했다.
2012년 삼성에 입단해 2015시즌부터 3시즌 동안 이승엽 감독과 선후배로 함께 뛰었던 구자욱도 “솔직히 똑같은 경기라고 생각한다.경기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최근 연패 탈출에 대한 의지가 더 강했던 그는 “이승엽 감독님이 다시 야구장에 돌아오셔서 너무 기쁘고 야구 팬들도 다 기뻐하시는 것 같다. 하지만 승리는 박진만 감독님에게 안겨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날 관중석에는 이승엽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종종 보였다. 이승엽 벽화 아래에서 그가 현역 시절 한국과 일본 통틀어 친 홈런 개수인 626이 새겨진 대형 야구공과 기념 사진을 찍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 팬들도 있었다. 경기 중간 관중들이 춤을 추며 이벤트를 하는 장면에서는 ‘사랑했다, 이승엽’이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든 팬도 포착돼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당초 이 감독은 “승리를 하게 되면 팬들에게 인사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라고 말한 바 있다. 승리를 한 팀의 감독이 그라운드에서 팬들에게 인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은 이 감독이 이끄는 두산을 홈런 한 방으로 꺾었다. 홈런의 주인공은 구자욱이었다.
3번 우익수로 선발 출장한 구자욱은 0-0으로 맞선 4회말 선두타자로 등장해 두산 라울 알칸타라의 시속 149㎞ 직구를 받아쳐 오른쪽 담을 넘어가는 솔로 아치를 그렸다. 공은 오른쪽 외야 관중석 위에 그려진 ‘이승엽 벽화’ 근처로 날아갔다.
삼성 마운드는 이 한 점을 지켰다. 선발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은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우완 이승연이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어 오승환이 8회 올라와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았고 좌완 이승현이 1.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면서 1-0의 스코어를 끝까지 지켰다.
경기 후 구자욱은 “알칸타라가 워낙 공이 좋은 선수라서 실투를 놓치지 않으려했다. 머릿 속에 그리고 있었던 공이 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타구가 벽화 쪽으로 날아간 것에 대해 좌타자 구자욱은 “내 홈런의 절반 이상이 저 쪽으로 날아간다”며 웃었다.
타석에서 이 감독과 전 삼성 감독이었던 김한수 두산 수석코치를 바라보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생겼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구자욱은 “이렇게 관심이 많은 경기라 박진만 감독님도 부담이 되셨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꼭 이겨서 감독님에게 승리를 선물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잠실에서는 SSG가 선발 송영진의 6이닝 5안타 3실점(2자책) 호투에 솔로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2타점을 뽑은 오태곤의 활약을 더해 LG를 5-3으로 꺾고 다시 1위에 올랐다.
광주에서는 KIA가 2회말 주효상의 적시타와 김규성의 3점 홈런으로 4점을 뽑아 달아난 끝에 NC를 6-0으로 이겼다. 외국인 선발 아도니스 메디나는 8이닝 6안타 6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첫승을 거뒀다.
고척에서는 키움이 선제 2점홈런 포함 5타수 3안타 6타점으로 활약한 에디슨 러셀의 화력을 앞세워 KT를 13-2로 대파했다. 사직에서는 롯데가 한화를 8-1로 꺾으며 5연승 행진을 내달렸다.
대구 |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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