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앞에서 '쾅'…구자욱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종합)

김희준 기자 2023. 4. 26.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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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이승엽 감독 벽화 앞에 떨어진 구자욱 홈런 타구
삼성 1-0 승리로 결승 솔로포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26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신한은행 SOL 2023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4회말 무사 상황에서 삼성 구자욱이 솔로 홈런을 때린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 2023.04.26. lmy@newsis.com

[대구=뉴시스] 김희준 기자 = '나의 영웅'이라고 지칭했던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 앞에서 홈런을 쏘아올린 삼성 라이온즈의 구자욱(30)이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구자욱은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벌어진 2023 신한은행 쏠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3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4회말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0-0으로 맞선 4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구자욱은 볼카운트 3볼-1스트라이크에서 두산 선발 라울 알칸타라의 5구째 시속 149㎞짜리 몸쪽 낮은 직구를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선제 솔로포를 날렸다. 13일 SSG 랜더스전 이후 13일 만에 나온 구자욱의 시즌 2호 홈런이다.

투수진의 호투로 삼성이 1-0 승리를 거두면서 구자욱의 홈런은 결승 솔로포가 됐다. 삼성은 이날 승리로 4연패를 끊었다.

여러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홈런이었다.

구자욱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적장이 돼 돌아온 과거 팀 선배 이 감독에 대해 "저의 영웅이신 이승엽 감독님이 야구장에 계셔서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구자욱은 이승엽 감독과 인연이 깊다. 2015년 삼성에 입단한 구자욱은 이 감독이 은퇴한 2017년까지 3년간 선수로 함께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 감독과 함께 뛴 선수가 몇 명 남아있지 않은데, 구자욱이 그 중 한 명이다.

전날 경기가 비로 취소된 후 실내 연습장에서 훈련 중이던 이 감독과 마주쳤다는 구자욱은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라 어색했다. 감독님이 되셔서 어색했던 것 같다"며 "저도 모르게 선배님이라고 할 뻔했다. 그래도 유니폼을 입은 모습을 보니까 멋있으시더라. 멋있다고 말씀을 드렸다"고 전했다.

구자욱은 "이승엽 감독님이 야구장에 돌아오셔서 너무 기쁘다. 야구장에서 뵙게 돼 기분이 좋았다"면서도 "하지만 승리는 저희 박진만 감독님께 안겨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영웅'이자 과거 '선배님'인 이 감독 앞에서 구자욱은 선제 솔로포를 날리면서 자신의 말을 실천했다.

구자욱의 과거 스승이었던 김한수 두산 수석코치 앞에서 친 홈런이라는 점도 의미를 더한다.

김 코치는 구자욱이 입단했을 당시 1군 타격코치였고, 2017~2019년 삼성 감독을 지냈다.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26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신한은행 SOL 2023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4회말 무사 상황에서 삼성 구자욱이 솔로 홈런을 때린 뒤 더그아웃에 들어서며 박진만 감독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2023.04.26. lmy@newsis.com

"스승이셨던 김한수 코치님이 다시 야구장으로 돌아오셔서 감사하고 기분이 좋다"고 한 구자욱은 스승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라운드를 돌았다.

구자욱의 타구는 공교롭게도 이 감독의 벽화가 그려진 벽 바로 앞의 우측 외야 관중석에 떨어졌다. TV 중계 화면에 구자욱의 타구와 이 감독의 벽화가 함께 잡혔다.

경기 후 구자욱은 "알칸타라를 상대하는 것만 생각하고 타석에 임했다. 워낙 공이 좋은 선수고, 상대전적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운 좋게 실투를 놓치지 않았던 것 같다"며 "계속 머릿속에 그렸던 공이 왔다"고 홈런 상황을 돌아봤다.

'이승엽 벽화' 쪽으로 타구가 날아간 것을 두고 "제 홈런의 절반 이상이 저쪽으로 날아간다"며 웃은 구자욱은 "라이트 때문에 타구를 잘 못 찾았다. 그쪽으로 날아간 것은 그저 감각으로 알았다"고 말했다.

구자욱은 "제 영웅이었던 이승엽 감독님, 스승님이었던 김한수 코치님을 적으로 만나니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생겼다"며 "하지만 박진만 감독님께 승리를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무척 컸다. 관심이 큰 경기였는데 감독님도 부담이 되셨을 것이라 꼭 이겨서 선물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피로도가 상당히 컸다고 말했던 구자욱은 "아직도 조금 피로한 상태다. 날씨가 추워 몸이 잘 안 풀리기도 했는데 하필이면 오늘 같은 날 운 좋게 홈런이 나왔다"며 "타석에서 계속 차분하게 하자고, 오버하지 말자고 주문을 자꾸 했다"고 설명했다.

구자욱은 자신의 홈런보다 9회초 김성윤의 호수비를 더 높이 샀다. 9회초 두산의 선두타자로 나선 양의지가 좌중간에 안타성 타구를 날렸는데, 김성윤은 전력질주해 몸을 던지며 걷어냈다.

구자욱은 "김성윤이 결정적인 호수비를 했다. 제 홈런보다 더 값진 수비라고 생각한다"며 "저는 못 잡을 것 같았는데, 김성윤이 초인적인 달리기로 잡아낸 것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큰 관심이 쏠린 경기에서 연패를 끊으면서 삼성은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구자욱은 "어제 아침부터 오늘 경기 끝날 때까지 그 얘기(이승엽 감독)만 들었다"며 웃더니 "이겨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연패를 끊을 수 있어 더 좋았다. 오늘 경기를 이겨서 내일 경기도 조금 더 편한 마음으로 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jinxij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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