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戰 본격 등판한 中 시진핑, 젤렌스키와 첫 통화…내용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다고 중국 관영 중앙TV(CCTV)가 26일 보도했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시 주석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직접 소통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 위기에서 중국의 핵심 입장은 협상을 권하고 대화를 촉구하는 것"이라며 "대화와 협상은 실행 가능한 유일한 출구"라고 강조했다. 중국 측 특사를 우크라이나에 파견해 중재 외교에 나설 것이란 뜻도 밝혔다.

아울러 시 주석은 "중국은 평화 회담을 설득하고 촉진하며 가능한 한 빠른 휴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핵 문제에서 양측이 냉정과 자제를 유지해야 한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핵전쟁으로 비화해선 안 된다는 뜻을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중국이 제공한 인도주의적 원조에 사의를 표시했다. 또 평화 회복을 위해 중국이 외교적 수단을 통해 위기 해결에 역할을 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시 주석과 길고 뜻깊은 통화를 했다"며 "중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 임명뿐만 아니라 이번 통화가 양국 관계 발전의 강한 동력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두 정상은 이날 약 1시간 동안 전화통화를 통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 통화에 대해 "국제사회에 대한 중국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 대국으로서의 책임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앞서 시진핑 주석은 지난달 20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6시간 넘게 단독 회동을 했다. 시 주석이 귀국 후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양측의 접촉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시 주석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때가 되면 통화하겠다는 뜻을 지난 6일 중국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외신 인터뷰에서 시 주석을 우크라이나에 공식 초청하면서 그와 대화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다.

중국은 지난 2월 외교관계가 7년여간 끊겨있던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재하며 관계 정상화를 이끌어낸 바 있다. '미국을 대신할 수 있는 세계 협상중재자'로서 입지를 구축해가는 모습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도 전쟁 1년째를 맞는 지난 2월 적대행위 중지의 휴전을 골자로 한 평화안 12개조를 제시하며 평화협상의 중재자 역할을 자청했다.

다만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 대신 '특별군사 작전'이라고 부르면서 한 번도 공식 비난한 적이 없다. 이 때문에 서방에서는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할 가능성을 주시하며 중재자 역할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최태범 기자 bum_t@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