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반도체기술센터 함께”…기회냐 족쇄냐, 손익 ‘주목’
삼성전자·SK 참여 길 열려
미국이 반도체지원법(CHIPS Act)에 따라 설립하기로 한 국가반도체기술센터(NSTC)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도 참여할 길이 열리면서 한국의 득실이 주목된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참석에 앞서 공개한 내용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미국 중심의 차세대 반도체 기술 동맹에 적극 참여하라는 메시지로 읽혀서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 기술 개발을 위한 세계적 협의체가 될 수 있는 NSTC를 통해 동맹국 중심으로 차세대 기술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다만 이 과정서 국내 기업이 보유한 첨단 기술의 유출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어 조심스러운 측면도 있다.
미 상무부는 25일(현지시간) 공개한 ‘NSTC 비전과 전략’ 문건에서 “(미국 기업이 아닌) 국제 기업과 연구기관의 경우, 법이 제한한 범위에서 NSTC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 등 우려국가가 소유·통제하는 기업은 회원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NSTC는 차세대 반도체 소자·소재, 첨단 패키징, 양자 컴퓨팅 등의 연구에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자금은 민간 부문과 조성하는 투자 펀드, 회비 등을 통해 조달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NSTC가 전무후무한 글로벌 반도체 연구센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동안 반도체 기업들은 기술 개발을 위해 유럽의 비영리반도체 연구소인 ‘아이멕(IMEC)’이나 미국의 ‘세마텍(Sematech)’ 등과 함께 협력해 왔다. 개별 회사가 단독으로 투자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큰 차세대 기술을 이들 연구소를 통해 공동으로 개발해온 것이다. 특히 아이멕에는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있어 한국·중국·대만의 반도체 기업들이 초미세 공정 관련 기술 개발을 위해 이곳에 연구 인력을 파견한다. 조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는 NSTC는 아이멕보다 규모도 크고, 차세대 반도체 분야에서 우위에 있는 미국 기업과 연구소가 참여하는 게 핵심이다.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는 “차세대 반도체·양자 기술 등의 글로벌 표준을 정하는 협의체이자, 공동기술 개발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NSTC의 위상은 아이멕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로벌 표준 정하는 협의체
차세대 기술 공유 장담 어렵고
국내 기술 유출도 배제 못해
다만, 한국 기업이 NSTC에 참여할 경우 초미세공정·메모리 기술 등 민감한 국내 기술을 미국의 경쟁사와 공유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NSTC에 참여할 것이 유력한 인텔의 경우, 아직까지 초미세공정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향후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와 삼성전자를 넘어서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반대로 미국이 한국 등 동맹국에 차세대 반도체 기술을 제대로 공유해줄지는 장담키 어렵다. 그럼에도 한국이 NSTC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차세대 반도체에서 주도권을 잃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반도체 굴기’를 추진하는 중국이 소재, 양자 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투자를 확대하고 특허를 늘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주도의 차세대 반도체 개발 논의에 참여하지 않으면 지금의 반도체 강국 지위를 점차 내려놓아야 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이 보유한 반도체 기술도 미국·일본 등 소재·부품·장비기업들과의 협력으로 가능했기 때문이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 사업단장은 “여러 기업이 협력해서 풀어나가야 할 것들이 많다”며 “미국 기업이나 연구소가 보유한 제조 관련 원천 기술, 첨단 패키징 기술, 양자 기술 등은 우리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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