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파격’ 투자…업계선 “절실한 건 그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 넷플릭스의 한국에 대한 투자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파격’이라고 홍보하는 대통령실과 달리 이미 진행하는 투자 규모와 유사하고 콘텐츠 발전에 관한 내용이 없어서다. 지식재산권(IP)과 망 사용료 등 예민한 국내 정책 현안과 얽힌 넷플릭스의 문제도 같이 놓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OTT 등 국내 콘텐츠 업계는 넷플릭스 투자 발표에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넷플릭스는 전날 향후 4년간 한국 콘텐츠에 대한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 투자를 약속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파격적인 투자 결정을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입자 이탈 등으로 정체기에 놓인 넷플릭스가 돈을 벌 방법은 아시아 등의 신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대통령이 나서지 않아도 가성비가 높고 수익성이 증명된 한국 콘텐츠의 투자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평했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작품과 비교해 한국 작품에 들어가는 제작비는 10~30%에 불과하다. 반면 수익성은 높다. 2022년 기준 세계 회원의 60%가 1편 이상 한국 작품을 시청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으로 8억9110만달러(약 1조원)의 수익을 냈다. 넷플릭스가 제작비로 253억원을 들인 것에 비하면 40배가량의 수익을 올린 것이다.
2016년 한국에 진출한 넷플릭스는 자금력과 글로벌 배급망을 바탕으로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을 발굴하는 등 창작자를 발굴·투자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넷플릭스가 IP를 독점해 국내 제작사가 추가 수익을 분배받지 못하는 불공정 계약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를 놓고 ‘재주는 한국이 넘고 돈은 넷플릭스가 쓸어 간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영상물 저작자가 제작사에 IP를 양도한 경우도 콘텐츠 최종 제공자에게 보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저작권법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망 사용료도 해묵은 논란거리다. 넷플릭스는 ‘한국 기업이 깔아놓은 인터넷 망에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 사업자는 인터넷 기간사업자에게 트래픽 양에 상응하는 망 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는데, 넷플릭스는 사용료를 낸 적이 없다. 이와 관련해 통신업계와 넷플릭스는 현재 수년간 재판을 이어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강화될 경우 제작 생태계 과점에 따른 지배력 확대도 우려된다.
게다가 약속한 투자 규모도 ‘파격적인’ 수준으로 보기엔 아쉽다. 4년 투자액 3조3000억원을 단순 계산하면 연평균 8200억원인데, 이는 증권가에서 추산하는 연간 투자 수준과 유사하다. 증권가는 넷플릭스의 한 해 투자 규모를 8000억~1조원으로 추정한다. 넷플릭스는 2021년 5500억원 투자 외에 구체적인 숫자를 공개한 적이 없다. 대신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제작 편수와 규모를 계속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사실상 넷플릭스가 자사를 홍보하는 데 한국 대통령을 활용한 것과 다름없다”며 “글로벌 서비스와 균형을 맞춰 국내 플랫폼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한 정책적 논의도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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