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리퍼블릭 주가 하루 새 ‘반토막’…미 은행 위기 재점화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이후
예금 1000억달러 이상 빠져
1분기 실적 발표에 투매 현상
미국 정부의 신속한 개입으로 진정됐던 중소은행 위기가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1분기 실적 발표를 계기로 재점화됐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생존을 위해 사업모델 변화, 자산 매각 등을 저울질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가는 전장 대비 49.37% 폭락한 8.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신저가 기록이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가 일어나기 직전인 지난달 초 주당 115달러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주가가 90% 이상 하락했다.
투매가 나온 것은 전날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지난 1분기 예금 잔액이 전 분기 말보다 720억달러(40.8%) 감소했다고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 은행이 SVB 사태 직후 JP모건체이스 등 대형은행에서 300억달러 유동성을 공급받은 것을 고려하면, 고객이 실제 인출한 예금은 1000억달러 이상인 셈이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SVB처럼 실리콘밸리 기업과 부유한 기업인들을 주로 상대하던 특화 은행이다. 메타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도 이 은행의 고객이다. 고객들이 은행 시스템에 불안을 느껴 예금을 인출하면서 거액이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은 자금 조달을 위해 “전략적 선택지”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중 하나는 사업모델을 변경해 고객층을 소규모 사업장, 비영리 단체 등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은행은 장기주택담보대출, 증권 등 500억~1000억달러의 자산을 매각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은 금리 상승으로 자산 가격이 하락한 상황이라 자산을 매각해도 제값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설상가상으로 수익성 전망도 밝지 않다.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지난해 4분기 2.45%에서 올 1분기 1.77%로 하락했다. 시장 예상치(2.05%)보다 낮은 수치다.
나스닥 지역은행 지수 4% ↓
시장선 “위기 확산 영향 적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SVB 사태 이후 연방준비은행과 연방주택대부은행 등에서 빌린 차입금 이자도 문제다. 지난 21일 기준 차입금이 1040억달러 남아 있는데, 이에 대해 연 3~4.9%의 이자를 내야 한다. 다만 시장에선 이번 사태가 개별 은행의 문제이고,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확산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가는 50% 가까이 폭락했지만 KBW 나스닥 지역은행 지수는 약 4% 하락에 그쳤다.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비서실장은 특정 은행에 대해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감독 당국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며,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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