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나도 힘든데”…아픈 가족 돌보는 청년들, 우울감 7배 더 높다
“삶에 불만족” 일반청년의 2배·유병률 61%…심리 지원 시급
“가족돌봄이라는 걸 하나 얻으면 그거 없이 사는 게 너무 자유로워 보이는 거예요. 또래들 만날 때 그 괴리가 너무 컸던 것 같아요. 저는 저 자신도 신경 써야 하는데 누군가 한 사람을 더 계속 신경 써야 되니까 그 2인분을 감당하는 것, 저는 그게 제일 힘들었고….”
가족돌봄청년(영케어러)은 일주일 평균 21.6시간을 돌봄에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가족을 돌보지 않는 청년에 비해 우울감이 높고 미래 계획을 세우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26일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을 통해 진행한 ‘2022년 가족돌봄청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가족돌봄청년은 중증질환 등으로 돌봄이 필요한 가족을 보살피고 있거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청소년·청년을 말한다. 정부가 이들에 관해 실태조사를 한 것은 처음이다.
가족돌봄청년의 일주일 평균 돌봄시간은 21.6시간이며 주간 15시간 이상 돌봄을 부담하는 비율은 38.5%로 나타났다. 가족 중에서 돌봄 대상을 가장 많이 돌보고 책임지는 주 돌봄자이면 돌봄시간이 일주일 평균 32.8시간에 달했다.
이들이 가족을 돌본 기간은 평균 46.1개월이다. 주 돌봄자는 54.7개월이었다. 돌봄 대상 가족은 할머니(39.1%), 형제자매(25.5%), 어머니(24.3%), 아버지(22.0%), 할아버지(22.0%) 순이었다. 돌봄 대상자의 건강 상태는 중증질환(25.7%), 장애인(24.2%), 정신질환(21.4%), 장기요양 인정 등급(19.4%), 치매(11.7%) 순으로 나타났다.
가족돌봄청년들은 구체적인 돌봄활동으로 가사(68.6%), 함께 시간 보내기(63.7%), 병원 동행·약 챙기기(52.6%), 자기관리 돕기(39.1%), 이동 돕기(38.4%) 등을 수행한다고 답했다. 가사활동에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한 가족돌봄청년의 비율은 약 34.4%로 비가족돌봄청년(8.5%)보다 4배 이상 높았다.
삶에 불만족한다는 응답 비율이 22.2%로 비가족돌봄청년(10.0%)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주 돌봄자의 경우는 비가족돌봄청년의 3배 이상(32.9%)으로 나타났다.
가족돌봄청년의 우울감 유병률은 평균 61.5%로 비가족돌봄청년(8.5%)의 7배 이상, 주 돌봄자는 8배 이상(70.9%)으로 집계됐다. 미래 계획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36.7%이며, 주 돌봄자는 그 비율이 46.8%로 더 높았다.
복지 지원을 이용해본 비율은 59.3%, 돌봄서비스를 이용해본 비율은 52.7%였다. 돌봄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비용을 지출했을 때 사용 금액은 월평균 62만3000원이었다.
필요한 복지서비스로는 생계 지원(75.6%), 의료 지원(74.0%), 휴식 지원(71.4%), 문화·여가(69.9%) 순으로 조사됐다.
국무조정실이 진행한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족돌봄청년은 전체 청년 인구(19~34세)의 0.6% 수준(약 6만명)으로 추정됐다. 복지부는 이번 실태조사를 토대로 우선 학교·병원·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가족돌봄청년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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