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2호’ 한국제강 대표에 징역 1년 첫 ‘실형’
법인엔 벌금 1억, 하청 대표 집유
민주노총 “법 제정 이유 보여줘”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한 원청 대표에게 처음으로 실형 판결이 내려졌다. 앞선 중대재해처벌법 1호 판결에서는 원청 대표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창원지법 마산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강지웅)는 26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국제강 대표이사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법정구속됐다. | 관련기사 6면
법원은 또 한국제강 법인에 벌금 1억원을 주문했다. 하청업체 대표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40시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날 “한국제강에서 그동안 산업재해가 빈번히 발생했으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안전책임을 다하지 않아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며 “노동 종사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조직문화와 안전관리 시스템 미비 등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것으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한국제강에서는 지난해 3월 협력업체 노동자(60대)가 크레인에서 떨어진 무게 1.2t 방열판에 깔려 숨졌다. 검찰은 한국제강과 A씨가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 업무수행 평가기준 마련’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아 노동자가 숨졌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2년, 한국제강 법인에 벌금 1억5000만원을 구형했다.
법원이 A씨에게 실형을 선고한 것은 수년간 한국제강에서 사용자의 안전조치 의무 위반이 연달아 적발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A씨는 2021년 5월 한국제강 40대 노동자가 화물차에 치여 사망한 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벌금 1000만원 확정판결을 받았다. 한국노총은 “이번 선고는 단순히 중대재해가 발생해 경영책임자가 실형을 받은 것이 아니다”라며 “중대재해가 비교적 최근에 발생했지만 사후 예방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원청 경영책임자가 실형을 선고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선고는 지난 6일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온유파트너스 대표 B씨에 이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법원은 당시 B씨에게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노동계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는 입장문을 내고 “오늘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유를 보여준 날이자 사법부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수호한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영국 변호사는 “법원이 그동안 원청 대표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해온 것에 비춰볼 때 이날 선고는 원청 대표의 처벌 수위를 일정 부분 상향시켰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검찰의 구형량은 물론 법원의 처벌 수위도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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