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문의 아닌데 ‘성형외과’ 간판 걸고 영업…소비자들 피해 호소

최미송기자 2023. 4. 26. 20:5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병원 내부에 ‘○○○ 성형외과’란 명칭이 걸려 있어서 의사가 성형외과 전문의인 줄 알았어요.”

경기 수원시에 사는 최모 씨(44)는 올 1월 서울 강남구의 A병원에서 성형수술을 받은 뒤 부작용으로 현재 안면마비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코 수술을 하러 찾았다가 상담 과정에서 코와 눈, 팔자주름 리프팅 수술을 함께 해야 효과가 있다, 한 번에 다 하면 할인해 주겠다는 말을 듣고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수술 다음 날 “경과 확인이 필요하다”고 해 다시 수술대에 올라갔다가 마취 중 사전 동의 없이 병원 원장의 코와 팔자주름 수술이 이뤄진 걸 알게 됐다. 부작용 때문에 다시 병원을 찾은 그 다음 달에도 사전 동의 없는 수술이 반복됐다고 한다. 최 씨는 “의사 마음대로 몸에 손을 댄 게 어이가 없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성형외과 전문의도 아니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최 씨는 결국 A병원 원장을 경찰에 고소했다.

● 수료증으로 전문의처럼 광고

서울 강남경찰서는 최 씨가 A병원 원장을 업무상과실치상 및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접수해 조사 중이라고 26일 밝혔다. 이에 대해 A병원 관계자는 “의료 행위는 의사의 재량”이라며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정확한 사실관계는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최 씨를 수술했던 의사는 앞서 한 언론 인터뷰에서 ‘국제미용성형외과 전문의’ 수료증을 전문의 이력인 것처럼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처럼 수료증을 이력으로 내세워 광고한 의사에 대해 “정부가 인정하는 전문의 면허증이 아님에도 마치 성형외과 전문의로 오인될 소지가 많아 의사협회 광고심의위원회에서는 이 내용의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수료증’ 또는 ‘자격증’일 뿐인데 ‘면허’인 것처럼 광고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최 씨와 같이 전문의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의료사고를 당한 피해 사례는 매년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10월에도 광주 서구의 한 의원에서 성형수술을 받다가 심정지를 일으킨 50대 여성이 병원으로 옮겨진 후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숨졌다. 해당 의원은 성형외과 전문의가 없는 일반 의원이었지만 성형외과 의원으로 혼동될 수 있는 간판을 내걸었다.

● “광고 표시 규정 준수 병원 10% 내외”

피해가 반복되는 이유는 전문의 표기 관련 규정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현행 의료법상 성형외과 전문의가 없는 경우 외부 간판에 병원 명칭을 표기할 때 ‘○○○의원’이라고 쓰고 뒤에 ‘진료과목 성형외과’를 작은 글씨로 붙여야 한다. 반면 성형외과 전문의가 있는 경우 동일한 크기로 ‘○○○성형외과 의원’이라고 표시할 수 있다.

하지만 외부 간판이 아닌 병원 내부 표기에 대해선 따로 규정이 없다. A병원 역시 외부 간판은 규정을 지켰지만 내부에는 ‘○○○ 성형외과’라고 쓰여 있어 오해할 여지가 컸다.

전문의가 아닌 일반 의사들이 돈을 벌 수 있는 성형외과나 피부과로 몰리면서 위법·편법 표시는 일상화된 모습이다. 녹색소비자연대의 2014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일대 ‘성형외과’ 문구가 포함된 간판 377개 중 의료법 규정을 준수한 간판은 34개(9%)에 불과했다. 의료법 전문인 이동찬 법률사무소 더프렌즈 변호사는 “성형외과나 피부과라고 하는 병원 중 광고와 표시 규정을 제대로 지킨 경우는 10% 안팎일 것”이라며 “홈페이지에선 금지하고 있지만 블로그에선 할 수도 있는 등 법이 현실을 못 따라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김현수 이사는 “규정이 복잡하고 애매하다 보니 시민들에게 오해를 줄 수 있는 간판들이 여전히 많다”며 “수술을 맡은 의사가 전문 과정을 거친 전문의인지 인터넷 등을 통해 사전에 검색하고 직접 면허증을 확인하는 게 부작용을 줄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