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교시 아침운동 [만물상]

김태훈 논설위원 2023. 4. 26.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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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양진경

1977년 등장한 ‘국민체조’는 당시 여러 학교의 아침 풍경을 바꿨다. 필자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오전 6시 운동장에서 국민체조 음악을 크게 틀었다. 많은 학생이 모여 체조로 하루를 시작했다. 체조 후 다시 집에 가 아침 먹고 등교했다. 책가방을 메도 발걸음이 날아갈 듯 가벼웠다. 학교에선 체육 시간과 쉬는 시간에 운동장에서 공을 차거나 철봉에 매달렸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학생들 운동하는 모습을 보기 어려워졌다. 입시 경쟁으로 학교 체육이 쪼그라든 것이다.

▶인간은 뛰어난 던지기 선수로 태어난다. 영장류 중에서도 최고다. 침팬지의 악력은 인간의 3배를 넘지만 공 던지는 구속은 시속 30㎞에 불과하다. 온몸을 활용해 탄성을 응축했다 일시에 풀면서 멀리 던지는 능력은 오직 인간만 지녔다. 그런데 요즘 공 던지는 법도 모르는 학생이 한둘이 아니라고 한다. 한 체육교사는 “학생들이 운동을 너무 안 해 몸 쓰는 법을 모른다”고 했다.

▶과학자들은 공부를 잘하려면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보다 운동 시간을 확보하라고 한다. 공부 잘하려면 몰입을 해야 하는데 운동이 주는 몰입 경험이 공부에도 도움 된다는 것이다. ‘몰입 전문가’로 알려진 황농문 전 서울대 교수는 저서 ‘몰입, 인생을 바꾸는 자기 혁명’에서 운동이 두뇌 활동과 직결된다고 설명한다. 산책 같은 저강도 운동은 몰입 효과를 내지 못한다. 테니스나 달리기, 샌드백 치기처럼 땀 흘리는 강한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부산 지역 초·중·고교에서 올 초 시작된 ‘0교시 아침운동’ 열기가 뜨겁다고 한다. 부산 지역 600여 학교 중 벌써 300곳을 넘었다. 아침에 몸을 움직여 땀 흘린 학생들은 “체력과 공부 집중력뿐 아니라 교우관계까지 좋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학부모들도 반색한다. 밤늦도록 스마트폰이나 만지던 아이들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활기차게 등교하니 반기지 않을 수 없다.

▶몇 해 전 호주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했는데 쉬는 시간에 교실에 학생이 단 한 명도 없었다. 담임 교사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학생은 수업 시간 외에는 나가서 뛰어놀아야지 교실에 남아 있으면 안 된다”고 했다. 영국 이튼스쿨 교과 과정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체육 시간이다. 체육 시간 비중이 전 교과의 25%인 학교도 있다. 미국 사립 명문들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세계 꼴찌 수준이다. 부산에서 시작된 ‘0교시 체육’이 변화의 전기가 되기를 바란다. 기왕이면 선진국 학교들처럼 샤워장과 탈의실도 갖춰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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