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로 과제…딜레마에 빠진 대학가 [이슈M]

이정민 기자 2023. 4. 26.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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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이용률 증가·대중화 눈앞...상당수 대학 가이드라인 도출 못해
표절 여부 확인 현실적으로 불가능...창의성 저해·윤리 문제 등 우려

우리 일상에 서서히 스며드는 인공지능 챗GPT는 윤리 문제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열풍의 직격탄을 맞은 대학가들은 대책 마련에 나선 가운데 학생들의 창의성 저해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마저 일고 있다.

26일 경기·인천지역 대학들에 따르면 경기대, 가천대, 수원여대 등 대학들은 이와 관련해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을 개최했으나 상당수 대학들은 표절 시비 등의 윤리 문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학생들은 챗GPT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아르바이트 전문 플랫폼 ‘알바천국’이 지난달 대학생 54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6.5%가 학업 및 취업 부문에서 인공지능 활용을 긍정적으로 여기고 있다. 학업과 취업 과정의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주된 반응이었다. 더욱이 전체 응답자의 25%는 챗GPT를 학업에 활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은 딜레마에 휩싸이고 있다.

인천지역 4년제 대학생인 김혜연씨(디자인테크놀로지학과·21·여)는 챗GPT가 방대한 양의 글을 요약해서 보기엔 안성맞춤이지만 자신이 과제를 하는 것인지, 아니면 AI가 대신하는 것인지, 고민에 휩싸이기도 한다. 경기지역 4년제 대학 졸업반인 최소현씨(가명·식품영양학과·23·여)는 정보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촉박한 과제 시한 탓에 챗GPT 결과물을 그대로 제출하는 경우도 있다.

교수들은 새로운 시대에 걱정부터 앞선다. 도내 전문대 교수 A씨는 그동안 책 요약 등 양적 평가를 지양한 채 창의성을 부각할 수 있는 과제를 주로 내왔다. 그러나 챗GPT로 학생들이 편의성에 치중한 채 과제를 해올 수 있다고 걱정하는 데다 일일이 모든 과제의 표절 여부 등을 검수하기엔 시간이 촉박하다고 토로했다.

A씨는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의 문턱이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학문에 대한 개념 정리를 인공지능에 맡긴다면 학습력 저하는 불 보듯 뻔할 것”이라며 “모든 교육계가 이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한 학기에 200~300명의 학생을 가르치는 4년제 대학 교수 B씨 역시 똑같은 고민거리를 안고 있다. 평소 B씨는 모든 과제에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담게끔 하고 있다. A4 용지 두 장 분량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챗GPT가 대행할 수 있는 데다 해당 분량 이상으로 과제량을 늘린다면 모두 읽어보는 것조차 부담이다.

경기지역 한 대학 관계자는 “전체 학생의 15%가량이 챗GPT를 이용하는 상황에서 해당 플랫폼이 업그레이드돼 신뢰성이 높아지면 대중화는 시간 문제”라며 “표절 시비 등 문제가 불거질 것이 뻔한 상황 등 인공지능의 사용은 과도기에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jmpuhaha@kyeonggi.com
황남건 기자 southge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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