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탈출 마지막 13시간 책임진 조종사…“대한민국 위상 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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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는 대한민국 공군이 국민 여러분들을 안전하게 대한민국으로 모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25일 오전 2시 54분 경(우리 시각)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킹 압둘아지즈 국제공항.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 KC-330(시그너스)의 조종을 맡은 조주영 제5공중기동비행단 261공중급유비행대대장(중령)은 이륙 전 우리 교민과 외교관 등 28명의 한국인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정부의 교민 피난 작전인 '프라미스'의 마지막 임무인 서울까지 수송 작전이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수단 내 군벌 간 무력 충돌이 일어난 지 10일 만인 25일 오후 우리 교민들은 28명 모두 무사히 귀환했습니다. 시그너스를 13시간 조종하며 프라미스 작전의 종지부를 찍은 것은 조주영 제5공중기동비행단 261공중급유비행대대장(중령).
26일(오늘)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채널A와 만난 조 대대장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제다공항 주기장에 다른 나라가 10시간 이상 머무를 수 있게 해준 건 한국이 처음"이라며 "우리나라의 국격과 위상을 실감했다"고 밝혔습니다.
조 대대장은 △청해부대원 조기 귀국 '오아시스' 작전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대피를 위한 '미라클' 작전 △코로나19 백신·요소수 수송 작전 등 굵직한 외교 사안이 있을 때마다 시그너스 조종사로 투입돼 임무를 수행해왔습니다. 다음은 조 대대장과의 일문일답.
―제다 공항에서 교민들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감정이 어땠나.
"우리 조종사 대원 중 한 명은 C-130J(슈퍼 허큘리스)에서 내리는 교민들을 보고 눈물을 터뜨렸다. 조종사 동료들이 안전하게 왔다는 것, 교민들이 위험한 지역에서 이곳까지 탈출했다는 점이 벅차올랐다. 일부 교민들은 (안전지대에 도착했는데도) 조금 긴장한 모습, 마음이 놓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이 방미 도중 기내에서 화상회의를 할 정도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는데.
"합참과 국방부, 외교부를 비롯해 다른 정부부처간의 협업이 잘 이루어지면서 작전이 진행됐다. 시그너스는 항공기 자체에 위성전화가 구비돼 있기 때문에 이걸 적극 활용해 지상에서의 요구사항, 공중에서의 현재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면서 작전을 진행했다. 그리고 교민들이 탑승한 뒤에도 '기내브리핑'으로 사전 설명을 하거나 협조를 자주 구했다."
―기내브리핑을 직접 했나.
"기내브리핑은 이륙 전에도 한 번, 착륙할 때에도 한 번 하는데 중간에 교민 분들이 불편한 곳은 없는지 안내하기도 했다. 사실 이번 임무 제일 핵심은 교민들의 안전한 귀국이었기 때문에 나름 열심히 노력했다.
'정말 위험한 수단에서 많은 고통을 겪고, 그 긴박한 상황 속에서 빠져나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지금부터는 우리 대한민국 공군이 국민 여러분들을 안전하게 대한민국으로 모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기내브리핑이 기억에 남는다."
―작전 중 어려운 부분은 없었나.
"제다공항으로 가는 과정에서 영공을 통과했을 때. 원래는 영공통과 협조를 구하려면 2주일씩 걸릴 정도로 까다롭다. 급박하게 임무를 지시 받아 인도와 오만,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영공통과 승인번호'를 출발 전에 받지 못했다.
그런데 미얀마 상공을 막 진입했을 때 미얀마 관제권에서 인도에 대한 영공통과 승인번호를 물어봤다. 공중에서 비행하면서 실시간 승인이 났지만, 확인 번호까지는 조종사들이 모르고 있었다. 결국 공군본부의 영공통과 담당 선배를 전화로 깨워 번호를 받았다. 그때가 한국시간 새벽 3시였다."
―재외국민 구출을 위해 육해공군이 모두 투입된 작전이었는데.
"포트수단에서도 교민들이 의미 없이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더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어 C-130J의 임무요원들이 미리 도착해 10시간 이상을 대기했다. 뜨거운 햇볕 아래, 항공기를 그늘삼아 교민들을 기다린 것이다.
또, 남궁환 주수단 한국대사 등 긴급 대응팀의 팀워크가 빛났다. 긴밀한 협조가 이루어져 성공할 수 있는 작전이었다."
―다른 나라의 협조도 큰 도움이 되었다던데.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공항은 인천공항만큼 큰 공항이다. 사우디에서 다른 나라에 주기장을 열어주고 10시간 이상 머무를 수 있도록 해준 건 대한민국이 처음이라고 한다. 조종사와 승무원이 쉴 수 있는 공간부터, 샴푸 등 필요한 물품도 모두 지원해줬다. 별 3개의 해당 기지 총사령관이 나에게도 '원하는 건 다 말해라. 뭐든 다 지원해주겠다'고 했다. 우리나라 국격과 위상이 많이 올라와 있음을 실감했다."
전혜정 기자 hye@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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