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59억 달러 투자 유치”… IRA·반도체법 협의는 감감

고한솔 2023. 4. 2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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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한-미 정상회담]한-미 경제협력 분야
미국 6대 첨단기업 19억 달러
코닝은 15억 달러 투자 유치
배터리·바이오·자율차·로봇 등
다양한 분야 MOU 23건 체결
전문가 “얼마나 집행될지는 별개
IRA 등 국내산업 영향 협의가 관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맨 오른쪽),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 셋째),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왼쪽 셋째)과 구광모 엘지(LG)그룹 회장(맨 왼쪽) 등 주요 기업 총수들이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디시(DC)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머리발언을 듣고 있다. 워싱턴/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미국 국빈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59억달러(약 7조8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또 산업통상자원부는 한·미 양국이 배터리·로봇 등 첨단산업과 원전·수소 등 다양한 분야에서 23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간 경제협력이 강조되고 있지만, 국내 산업과 고용에도 이익이 될 수 있는 상호 호혜적인 협력으로 이어지도록 정부의 후속 조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각) 미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첨단산업 포럼 축사에서 “한-미 간 협력은 반도체에서 나아가 에이아이(AI·인공지능), 양자, 에스엠알(SMR) 등 미래 기술 분야로 확대돼야 한다”며 “대한민국 제1호 영업사원으로서 기업인 여러분의 고충을 듣고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국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투자신고식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은 전날 넷플릭스(25억달러) 투자 유치를 발표한 데 이어 이날에도 6대 첨단 기업(19억달러)과 코닝(15억달러)까지 합하면 미국 기업들의 투자 규모는 59억달러에 이른다는 집계 자료를 내놨다. 대통령실이 말한 ‘6대 첨단 기업’은 에어프로덕츠(수소 생산시설 분야), 플러그파워(수소 분해·연료전지 생산시설·연구개발센터), 온세미컨덕터(전력반도체 생산시설), 그린트위드(반도체 장비부품 생산시설), 퓨어사이클 테크놀로지(폐플라스틱 재활용 생산시설), 이엠피벨스타(친환경 초저온 물류시설)다.

이날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는 양국 주요 기업인들이 총출동했다. 한국 쪽은 이재용(삼성)·최태원(SK)·정의선(현대차)·구광모(LG)·신동빈(롯데)·류진(풍산) 회장 등이, 미국 쪽에선 데이비드 캘훈(보잉), 크리스티아누 아몽(퀄컴), 티머시 아처(램리서치), 웬들 위크스(코닝) 대표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25일 미국 현지에서 한 브리핑에서 “투자 규모도 중요하지만 대통령께서 말씀하셨듯 양국 정부뿐만 아니라 양국 기업들 간의 관계가 첨단 산업의 공급망과 거의 모든 분야에 있어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미국 위주의 공급망 결속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의 첨단기술 동맹이 강화되고 있다는 취지다.

산업부도 이날 ‘한-미 첨단산업·청정에너지 파트너십’ 행사를 열어, 23건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첨단산업에서는 배터리·바이오·자율주행차·항공·로봇, 청정에너지 분야에서는 수소, 탄소중립, 핵심광물 분야와 관련된 사업이 그 대상이다. 산업부는 양국 기업·기관·연구소가 뜻을 모아 첨단 분야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의 성과는 계산기를 두들겨봐야 한다. 실제 투자로 이어질지, 이미 계획한 투자인지 등을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24일(현지시각)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윤 대통령을 만나 향후 4년 동안 케이(K)콘텐츠에 25억달러(약 3조3375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넷플릭스는 이미 지난해 8000억원 이상을 한국 작품에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투자 규모만 유지해도 4년 투자액을 따지면 3조2천억원에 달한다.

아울러 미국 6대 첨단 기업이 19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투자 내역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통상 전문가는 “뭉칫돈이 한번에 꽂히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투자 규모가 그 정도 된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투자가 실현되려면 이후 후속 조처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통상 전문가는 “정상외교를 통해 발표하는 투자 계획들은 보통 구체적인 것부터 구체적이지 않은 것까지 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이를 얼마나 실현할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며 “인플레이션감축법이나 반도체지원법 같이 국내 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현안에서 어떤 협의를 하고 왔는지는 더 살펴야 한다”고 짚었다.

국내 기업의 미국 투자 규모에 견줘 수지타산이 맞는지도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국내 기업은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산업 정책을 따라 수십억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 계획을 잇따라 밝혔다. 현대차와 에스케이온은 미국에 50억 달러를 들여 배터리셀 공장을 짓기로 했고, 삼성에스디아이도 30억 달러를 들여 지엠에 공급하는 배터리 공장을 미국에 세우기로 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삼성전자·현대자동차·에스케이(SK) 등 한국 기업들이 바이든 행정부 들어 1천억달러(133조5천억원)를 투자했다”며 “미국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고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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