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확장억제 '워싱턴선언', 한미동맹 업그레이드 계기되길

연합뉴스 2023. 4. 26.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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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 참배 (워싱턴=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내외와 함께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한국전참전용사기념공원을 참배하고 있다. 2023.4.26 [공동취재] zjin@yna.co.kr

(서울=연합뉴스)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5일(이하 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워싱턴DC의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를 찾았다. 참전 혈맹으로 맺어진 70년 한미동맹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두 정상 부부는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에 도착해 기념비까지 나란히 걸어가 묵념하고 헌화했다. 기념비로 향하는 길옆에는 한국전쟁 등에 참전했던 미군 장병들을 표현한 조형물 동상 19개가 서 있다. 맨 앞 동상의 바닥에는 "자신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나라와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을 지키자는 요청에 부응한 조국의 아들과 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최근 유해가 확인된 미군 장병의 유족도 만났고, 그 자리에서 "미국 청년들의 숭고한 희생에 마음이 숙연해진다"며 "한국이 이렇게 성장한 것은 이분들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 동맹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뜻깊은 시간을 함께하게 돼 의미 있게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의 이번 방미는 피를 나눈 형제애로 시작한 양국동맹 70년 관계가 한차례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시기적으로도 그래야 할 때라고 본다. 미국이 윤 대통령을 최고의 예우로 대하는 국빈으로 초청한 것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는 의미이자, 대중 견제를 비롯한 미국의 세계 전략 구상과 운용에 있어 한국이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의미일 수 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가진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그 위상에 맞는 역할을 더욱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미 정상은 26일 정상회담에서 양국동맹을 군사 안보 분야를 넘어 경제와 기술 분야 등으로 확장하는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키는 구체적인 내용에 합의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한미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미국의 확장억제 실행력을 더 높이는 데 합의하고, 대신 한국은 미국의 확장억제를 신뢰하고 비확산 의지를 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정상회담에 앞서 가진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이 이런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담은 '워싱턴 선언'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확장억제와 관련해 한국의 목소리가 더 반영되도록 하기 위해 새 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이 신설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도 워싱턴선언 채택과 핵협의그룹 창설 방침을 확인하며 "확장억제의 정보공유, 공동기획, 공동실행을 포괄하는 메커니즘이 더욱 유기적으로 작동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확장억제와 관련해 양국이 정상 간 문서로 별도로 명문화하는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구체적 방안과 실효적 운용은 남은 숙제다. 워싱턴선언 채택이 또 한번의 한미동맹 강화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경제 분야에서는 미국 기업들의 한국 투자 소식이 먼저 나왔다. 한국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규모가 윤 대통령 방미 이틀 만에 총 59억 달러에 달한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방미 첫날 넷플릭스 25억 달러 투자에 이어 둘째 날 미 상공회의소 투자신고식에 참석한 6개 기업 투자 19억 달러와 윤 대통령이 참석한 한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서 코닝이 '깜짝' 발표한 15억 달러를 더한 금액이다. 윤 대통령은 한미 첨단산업 포럼 축사에서 "이번 방미를 계기로 양국이 명실상부한 첨단 기술 동맹임을 재확인하고 기업인들도 새롭고 혁신적인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런 투자 유치 실적과는 별개로 한국 기업들이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 등의 적용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정상회담 결과물로 나와야 한다. 미·중 경제전쟁 와중에 한국 경제가 희생되는 일도 없어야 할 것이다. 미국이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대신 한국은 다른 분야에서 큰 양보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양국이 안보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윈-윈'할 수 있는 협력 방안을 찾아야만 새로운 발전 단계에 맞는 동맹관계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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