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시대 동맹처럼…한·미, 핵협의체 만든다
한국과 미국 정상이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핵협의 그룹’(NCG)을 창설하기로 했다. 또한 북핵 위협에 대한 억지·방어 차원에서 공동 훈련·연습을 확대하고, 핵추진잠수함을 포함한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도 늘리기로 했다.
다만 미국은 “한국은 비핵 국가 지위 유지 및 핵확산금지조약(NPT) 의무 지속 이행을 약속했다”며 한국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술핵 재배치나 독자 핵무장론에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미 정부 고위당국자는 25일(현지시간) 전화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같은 “일련의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 강화 조치”를 담은 ‘워싱턴 선언’을 채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위당국자는 “NCG는 핵 및 전략 기획에 관한 이슈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정례화된 양자 협의 메커니즘”이라며 “중대한 비상사태 계획 관련 논의에서 동맹국인 한국에 추가적인 이해와 발언권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NCG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운용하고 있는 핵계획 그룹(NPG)에서 착안했다고 밝혔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도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NCG 창설을 포함해 강화된 확장억제 방안을 담은 워싱턴 선언을 채택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확장억제의 정보 공유, 공동 기획, 공동 실행을 포괄하는 메커니즘이 더욱 유기적으로 작동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두 정상이 마련한 확장억제 강화 방안에는 “정보 공유, 전략자산의 구체적 전개, 유사시 대응 관련 시뮬레이션을 포함한 훈련·연습 확대” 등이 포함된다고 미국 측은 밝혔다. 미 고위당국자는 “1980년대 이후 없었던 미국 핵추진잠수함 배치 등 정례적인 전략자산 배치를 통해 미국의 억지력을 가시성 있게 드러내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확장억제 강화 방안은 “한국 정부는 물론 한국 국민의 동맹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려는 것”이라며 “냉전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유럽의 가장 긴밀한 동맹국들과 한 조치 이후 처음”이라고 했다. 중국이 이에 반발할 가능성과 관련해선 “우리의 조치는 중국이 통제하지 않음으로 인해 지속되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신중한 전략적 대응”이라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비확산 노력은 미국 뿐 아니라 중국에도 최선의 이익”이라고 했다.
미측은 동시에 한국이 NPT 회원국으로 지닌 의무를 상기시키며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나 독자 핵무장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입장도 천명했다. 미 고위당국자는 워싱턴 선언은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과 한국의 NPT 의무 이행이라는 “양측의 상호 약속”을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의 핵 공격시 “압도적으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도 했다.
정상회담에서는 한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논의도 이뤄진다. 미 고위당국자는 “두 정상은 한국이 다음에 우크라이나에 무엇을 지원할 지에 대해 실질적인 논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에 군사적 지원 등을 기대하는 미국의 입장을 명확하게 드러낸 셈이다.
한·미 정상은 사이버 안보 협력을 위한 공동의 전략 프레임워크, 핵심 기술에 관한 전략 대화, 인적 교류 활성화 차원의 자원봉사 이니셔티브 등도 발족할 예정이라고 미 측은 밝혔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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