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산마을 책방지기, 문재인의 책 친구로 초대합니다”
아침부터 전국서 온 손님으로 북적 “시골마을 책방 성공사례 만들고파”
문재인 전 대통령이 책방지기로 일하는 ‘평산책방'이 26일 첫 영업을 시작했다.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에 있는 평산책방은 전날 현판식에 이어 이날 개점 시간으로 정한 오전 10시보다 일찍 문을 열었다. 아침 일찍부터 동네 주민을 비롯해 전국에서 온 개인들이 서점을 구경하거나, 책을 샀다.
문 전 대통령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평산책방 개업을 알리는 글을 올리면서 마지막에 자신을 ‘책방지기 문재인'으로 소개했다. 글머리는 “평산책방이 문을 열었습니다. 마을주민들과 함께 현판을 달고, 개업 떡 돌리고 막걸리 한잔으로 자축했습니다. 단풍나무와 황금회화나무 한 그루씩을 기념으로 미리 심어두었습니다”로 시작했다.
책방운영은 문화계 인사로 구성한 재단법인 평산책방과 마을주민이 참여하는 책방운영위원회가 주로 맡는다. 문 전 대통령은 평산책방의 중심이 북클럽 ‘책 친구들’이라며 “책 친구들은 온·오프라인 활동으로 함께 책을 읽고 독후감을 나누며, 저자와의 대화 같은 평산책방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책방 수익은 전액 재단법인 평산책방에 귀속하고 이익이 남으면 평산마을·지산리·하북면 주민을 위한 사업과 책 보내기 같은 공익사업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평산책방과 함께 작은 도서관도 함께 운영한다. 작은 도서관은 문 전 대통령이 갖고 있던 책 1천권으로 시작해 기증도서와 신간을 더 해갈 예정이다.문 전 대통령은 “평산책방과 작은 도서관이 지역주민들의 책 읽는 공간과 사랑방이 되길 기대한다”며 “책 친구들과 함께 좋은 프로그램으로 책 읽기 운동의 모범이 되고, 시골마을 책방의 성공사례를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을 평산책방과 문재인의 책친구로 초대한다”며 평산책방이 지역발전에 기여하면서 지역과 함께 발전해나가길 기원했다.
평산책방은 소설, 인문, 사회, 역사 등 다양한 분야 책 3천권 규모로 영업한다. 문 전 대통령이 좋아하는 소장 도서와 기증받은 도서 등으로 마련했다. 문 전 대통령은 평소 책 읽기를 좋아해 퇴임 뒤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자신이 직접 읽은 책을 소개하고 추천했다. 책방 한쪽 서가에는 ‘문재인이 추천합니다' 코너가 있다. <지정학의 힘>, <짱깨주의의 탄생>, <시민의 한국사> 등 문 전 대통령이 퇴임 뒤 추천했던 책을 모았다. <사람이 먼저다>, <운명> 등 대통령 당선 전에 쓴 책은 ‘문재인의 책' 코너에서 볼 수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전날 오후 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열린 현판식에서 “평산책방이 우리 평산마을, 지산리 주민들의 문화공간이 되고 사랑방이 되고 또 더 욕심을 부려 평산마을, 지산리의 명소이자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고 자랑거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판식에는 마을주민들이 모여 간단한 음식을 나누며 책방 개점을 축하했다. 문 전 대통령은 미리 나와 손님들을 반겼다. 현판식은 비공개로 열렸지만 서울과 부산 등에서 개인들이 소식을 듣고 찾아와 책방 대문 바깥에서 평산책방을 구경했다. 경호구역 밖에서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문 전 대통령의 책방 개점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평산마을에 있는 평산책방은 경호구역(사저 반경 300m) 안에 있는 1층짜리 건물이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해 말 사저 인근에 있는 단독주택을 8억5천만원에 사들인 뒤 리모델링을 진행해왔다. 지난 2월 초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으로 개점까지 석 달 정도 걸렸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한겨레>와 출판사 한길사가 공동기획한 인터뷰에서 “평산마을은 조용하고 아름다운 시골인데 제가 여기로 사저를 정하면서 시위로 인한 소음과 욕설이 마을을 뒤덮어 버렸고 주민들은 정신적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식당이나 카페, 가게를 하는 분들이 피해를 입는 걸 보면서 제가 도움드릴 방안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마을책방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평산책방 운영 시작을 앞두고 문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이들은 응원을 보냈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최근 평산책방을 방문한 뒤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책방주인께서는 책에도 진심이지만 책방에도 진심이신 듯해서 책방이 열리고 언젠가 함께 한 김형석 형(작곡가)과 함께 소박한 음악회라도 한번 열어드리겠다는 약속도 드렸다”고 적었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을 보면, 문 전 대통령은 지난주 평산마을에 방문한 김 의원과 민주당 당원 등에게 “(평산책방이) 마을 책방, 마을도서관 역할 뿐만 아니라 멀리서 오는 당원동지, 지지자들을 만날 수 있는 장이 되기도 하고, 책방을 거점으로 ‘평산책방의 책 친구들’이라는 북클럽을 온라인으로 활용하려고 한다”며 “온라인으로 함께 책 읽고 독후감을 나누기도 하고 도서지방에 책 보내기 운동도 하면서 독서문화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원낙연 강재구 기자 yanni@hani.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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