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대사 “사방에서 총성…1174㎞ 내달려 군용기에 몸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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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 내전을 피해 지난 25일 오후 교민 28명과 가까스로 한국 땅을 밟은 남궁환 주수단 한국대사는 그날 밤 고국에서도 쉽게 잠들지 못했다.
전장 한복판에 있었던 주수단 한국대사관에 모인 교민들은 전쟁이 내는 굉음을 참으며 도움의 손길을 기다렸다.
어렵게 교민 28명을 모은 남궁 대사 등 직원들은 정부의 대피 계획을 기다렸고, 이틀 뒤인 지난 23일 수송기를 타기 위해 하르툼에서 북쪽 항구도시 포트수단까지 육로로 1174㎞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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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 내전을 피해 지난 25일 오후 교민 28명과 가까스로 한국 땅을 밟은 남궁환 주수단 한국대사는 그날 밤 고국에서도 쉽게 잠들지 못했다. 양 군벌의 무력 충돌이 시작된 지난 15일 이후, 격전지였던 수도 하르툼에선 하루 24시간 중 15시간 이상 총성과 폭탄 떨어지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전장 한복판에 있었던 주수단 한국대사관에 모인 교민들은 전쟁이 내는 굉음을 참으며 도움의 손길을 기다렸다. 남궁 대사는 약 10일 만에 총성에서 벗어났지만, 익숙해진 그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오히려 잠이 오지 않았다고 했다.
정부의 재외국민 보호 약속을 뜻하는 ‘프로미스’(Promise) 작전 성공으로 한국에 돌아온 남궁 대사는 2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건 국민들의 성원과 정부의 과감한 지원 덕분이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는 면도를 하지 못해 검게 자란 수염에 수단 관저에서 급히 짐을 정리하느라 짝이 맞지 않는 상의와 정장 바지를 입고 왔다며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기습적인 총격전이 벌어진 첫날, 남궁 대사는 오는 6월 수단을 방문하기로 한 가족들을 위해 시내 환경도 살필 겸 외출 중이었다. 그러던 중 총성이 울렸고, 남궁 대사는 곧바로 관저가 아닌 대사관 청사로 향해 직원들을 소집해 상황 파악에 나섰다.
그 뒤 짧은 휴전기였던 이슬람 명절 ‘이드 알피트르’ 기간인 지난 21일부터 대사관 직원들은 직접 교민을 찾아 나섰다. 대사관이 격전지 인근에 위치했지만, 비상 물자나 연락망이 갖춰져 있어 교민들을 한데 모으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당시 18명의 교민이 9개 지역에 산재해 있던 상황이었다. 외교관 신분이 인정돼야 양 군벌이 만든 체크포인트에서 통행할 수 있었기에 남궁 대사가 나서 방탄차를 타고 교민들을 직접 찾아 나섰다. 10㎞꼴로 5~6개의 체크포인트를 지난 까닭에 이동시간은 평소의 2∼3배로 늘었고, 통신 상태가 불안정해 30차례 가까이 통화 시도를 한 뒤에야 교민과 연락이 닿기도 했다.
어렵게 교민 28명을 모은 남궁 대사 등 직원들은 정부의 대피 계획을 기다렸고, 이틀 뒤인 지난 23일 수송기를 타기 위해 하르툼에서 북쪽 항구도시 포트수단까지 육로로 1174㎞를 달렸다. 이들은 아랍에미리트(UAE), 일본, 말레이시아 등 여러 나라 국민들과 6대의 대형 버스에 나눠탔다. 이 과정에서 아랍에미리트의 호송을 받기도 했다. 남궁 대사는 “5곳의 체크포인트를 지나는 동안 미리 싸온 김밥과 컵라면으로 식사를 해결했다”고 전했다. 포트수단에서 다시 공군 군용기 ‘슈퍼 허큘리스(C-130)’를 탄 교민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도착했고, 여기에서 ‘시그너스’ 공중급유기를 타고 안전하게 귀국했다.
교전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 아래, 세계 각국도 철수 작전에 비상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을 선두로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도 대피 계획에 나섰지만 정부 손길을 기다리는 민간인들은 여전히 많다. 외교부 관계자는 “우리 수송기가 왔을 당시 영국과 일본, 이집트 수송기까지 네 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다른 나라 국민도 있었지만 탈 수 있는 비행기가 없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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