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핵 재배치' 대신 정보공유에 초점… 확장억제 강화 첫발 [尹대통령, 美 국빈방문]

尹대통령-바이든 '워싱턴 선언'
韓, 핵확산금지 이행하면서도 핵자산 운용정보 공유할 수 있어
두 정상 부부 백악관서 90분 친교

미국을 국빈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5일(현지시간) 백악관 관저를 방문해 발코니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의 안내로 전망을 감상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워싱턴DC(미국)=김학재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례적으로 북핵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워싱턴 선언'을 별도로 발표해 한미 당국 간 안보협력 수준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새로운 협의체인 한미간 핵협의그룹(NCG)을 창설하는 구체적 방안까지 담겨 한미 당국 간 정보공유의 깊이와 폭도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술핵 재배치를 비롯해 한국 내 자체 핵무장 여론이 조성됐지만, 한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이행하면서도 까다로운 미국의 핵자산 운용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돼 북핵에 대한 우려를 일부나마 해소할 수 있다는 평가다.

■중요한 정보공유, 협의체로 추진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워싱턴DC 현지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NCG 창설과 관련, "이를 통해 확장억제의 정보공유, 공동기획, 공동실행을 포괄하는 메커니즘이 더욱 유기적으로 작동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최근 미국 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중요한 것은 북한이 감히 핵무기에 의존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한 실행안을 마련한 것으로, 대통령실은 그 핵심으로 정보공유 강화를 꼽았다. 미국 핵자산 실행에 있어 첫 단계이자 가장 중요한 요소가 정보공유라는 점에서 확장억제 강화의 실질적인 첫발을 내디뎠다는 평가다.

북한의 핵·미사일이 점점 고도화되면서 미국 조야 일각은 물론 한국에서도 자체 핵무장 또는 전술핵 재배치로 맞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 기조와 충돌한다는 점에서 한미 양국은 동맹에 맞는 협력체제 구축으로 합의점을 찾은 분위기다.

미국의 핵을 가져오진 않되, 자신들의 핵자산 운용 과정에 한국의 참여 가능성을 일부 늘린 것이다.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워싱턴 선언으로 한미 동맹에 있어 몇 가지 한계를 강화할 것"이라며 "잠재적 핵위기에서 한국과 협의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특히 고위 관계자는 "역내 핵확산 우려를 관리하고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한 동맹에 대한 노력의 일환으로 한국 재래식 자산을 우리 전략자산에 더 잘 통합하겠다"면서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고 방어하기 위한 동맹의 접근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훈련과 시뮬레이션 활동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정상 교류도 확대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는 전날 바이든 대통령 부부와 함께하는 첫 일정으로 백악관 관저 환담을 한 데 이어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에서 함께 참배하면서 친교행사 시간을 가졌다.

미국 국빈방문 이후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첫 대면한 이날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윤 대통령 부부를 백악관 관저에서 맞이해 내부공간을 직접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예정됐던 친교의 시간은 30분 이상 넘겨서 1시간30분여 동안 진행됐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현지 브리핑에서 "백악관 1층에 바이든 대통령 부부가 영접을 나왔고, 참전용사 기념공원에서도 바이든 대통령 부부가 먼저 도착해 윤 대통령 부부를 맞이했다"며 "바이든 대통령 부부가 보여준 각별한 예우를 느낄 수가 있다. 밀도 있는 환담만으로도 동맹 70년을 기념하는 미국 측의 정성을 알 수가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윤 대통령이 같은 날 참석한 한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서 웬델 윅스 코닝 회장이 "이 자리를 빌려 앞으로 5년간 한국에 15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밝혀 윤 대통령의 세일즈외교 성과는 44억달러(약 5조9000억원)에서 59억달러(7조9000억원)로 또다시 늘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