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 오늘 '워싱턴 선언' 채택…한미 핵협의그룹 창설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워싱턴 선언'(Washington Declaration)을 채택·발표한다.
미 백악관 고위당국자는 전날(25일) 기자들과 가진 전화 브리핑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한국에 "실질적인 도전"이 됐고, 미국은 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당국자는 워싱턴 선언에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강화하고, 한국 국민과 이웃 국가들에게 보이는 (확장억제의) 명확성 강화를 분명히 하도록 고안된 일련의 조치들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고위당국자는 "워싱턴 선언은 수개월 동안 한국 정부와 논의돼 왔으며, 우리는 잠재적인 핵 위기 상황에서 한국과 협의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우리의 약속을 재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차원에서 한미는 핵 및 전략 기획 문제 등에 초점을 둔 정기적인 양자 협의 메커니즘인 한미 '핵 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을 창설한다.
이는 그간 이른바 '한국식 핵공유'로 불려온 확장억제 강화 방안으로, 확장억제 수단을 결정하고 핵 사용을 결심하는 단계에 한국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절차를 명문화·제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한 고위당국자는 "한미 핵 협의그룹(NCG)의 목적은 한국에 우리가 중대한 비상사태 계획을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지 추가적인 통찰력을 제공하고, 그러한 논의에 대한 발언권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것은 확장억제에 관해 우리가 구상하는 방식에 대해 (한국에) 더 많이 공유할 수 있게 해주고, 한국이 그러한 구상에 관여하며 자신들의 생각을 제공할 수 있게 해주는 평시 협의 메커니즘"이라고 부연했다.
이번 방안은 과거 냉전체제 당시 미국과 유럽의 동맹국들이 소련의 핵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었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공유'와 유사하다.
나토식 핵공유는 미 전술핵의 나토 동맹국 배치, 나토 동맹국들의 '핵기획 그룹'(NPG)을 통한 핵 계획 참여, 나토 동맹국 항공기를 이용한 미 핵무기 투사 등을 내용으로 한다. 그러나 미국이 전술핵에 대한 소유권과 결정권, 거부권을 나토동맹국에 주진 않고 있다.
아직 명확하진 않지만 신설되는 한미 핵협의그룹은 나토의 NPG와 유사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 경우 핵협의그룹은 한미간 핵전력 정보 공유와 핵 운용 기획, 실행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와 관련,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한미간 핵 협의그룹 창설 사실을 전하면서 "이를 통해 확장억제의 정보 공유, 공동 기획, 공동 실행을 포괄하는 메커니즘이 더욱 유기적으로 작동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미 고위당국자는 현재 한미간 논의되고 있는 것과 나토의 사례는 "매우 다르다"며 "나토는 전방에 배치된 많은 전술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우리는 한반도 전방에 배치된 전술핵무기가 없고, 보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그러한 나토 핵기획그룹의 초점은 한미 핵협의 그룹의 요소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당국자는 한미 핵협의그룹이 핵무기 사용시기를 결정하진 않는다며 "핵 사용에 대한 결정은 미국 대통령의 독점적 권한이다. 그것은 한미동맹에서도, 나토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워싱턴 선언에는 또 핵탄도미사일잠수함(SSBN)의 한국 방문을 포함한 미 전략자산의 더 잦은 전개를 통해 억제력을 더욱 가시화하는 방안도 담긴다.
또 다른 고위당국자는 SSBN의 한국 방문은 1980년대 초 이후로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또 "한미연합 훈련과 연습, 시뮬레이션 활동을 강화해 북한의 위협을 억제 및 방어하는 한미 동맹의 접근법을 향상시킬 것"이라며 "여기엔 한국의 재래식 자산을 우리의 전략적 계획에 더 잘 통합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워싱턴 선언에는 다만 한국이 비핵화를 유지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른 모든 조건을 계속 준수하겠다는 약속도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 고위당국자는 "억제력을 강화하고 역내 핵 비확산에 대한 우려를 관리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외교정책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진전된 역량을 가진 인도·태평양의 많은 국가들이 평화와 안정 유지에 대한 미국의 약속에 의지해 핵무기를 만들지 않기로 선택했다는 점"이라며 "우리는 북한과 다른 나라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노력들이 유지돼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미 당국자들은 '미국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에 대해선 분명히 선을 그었다.
또 다른 당국자는 "냉전 때처럼 한반도에 전술핵이나 다른 종류의 핵무기를 재배치하는 비전은 없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전략자산의 더 빈번한 방문과 배치와 관련해 SSBN의 한국 방문은 우리의 확장억제의 강력함을 매우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그러나 추가적인 자산의 영구배치나 주둔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 프레임워크 아래에선 어떠한 핵 자산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북핵 및 북한 인권 문제를 비롯해 한미간 경제 및 과학·기술·우주 협력, 우크라이나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한 협력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고위당국자들은 전했다.
한 당국자는 "(한미간) 사이버 협력을 제도화할 새로운 사이버 보안 또는 사이버 전략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또 새로운 전략 기술 대화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양국 국민들간 유대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차원에서 양국의 유학생 수를 크게 늘리기 위한 새로운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발표할 것이라고 미 당국자는 전했다.
한 고위당국자는 한국의 대우크라이나 지원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이미 우크라이나에 인도적 지원을 포함해 2억3000만달러 이상의 지원을 해왔다면서 양국 정상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다음 지원을 무엇을 할지 실질적인 논의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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