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함·응원…적장으로 돌아온 이승엽 향한 삼성의 마음

김희준 기자 2023. 4. 26.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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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함께 뛰었던 구자욱 "선배님이라 부를 뻔"
팬으로 이승엽 감독 봤던 원태인 "약간 어색할 것 같아"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26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신한은행 SOL 2023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이승엽 두산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2023.04.26. lmy@newsis.com

[대구=뉴시스] 김희준 기자 =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3루측 홈 더그아웃으로 가는 길 복도에는 과거 삼성 라이온즈에서 최우수선수(MVP)를 받았던 선수들의 당시 사진이 걸려있다.

삼성 소속으로 5차례 정규시즌 MVP를 수상했던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의 사진도 전시돼 있다.

그러나 사진 속의 주인공은 올해부터는 라이온즈파크에서 1루쪽 더그아웃에 자리한다. 2017년 은퇴한 이 감독이 지도자로 현장에 복귀하면서 삼성이 아닌 두산 유니폼을 입었기 때문이다.

25~2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벌어지는 삼성과 두산의 경기는 이 감독이 두산 사령탑 부임 이후 처음 대구를 방문하는 경기라 큰 관심을 모았다.

25일 경기가 비로 취소되면서 26일 벌어지는 경기가 삼성이 홈구장에서 '적장'이 된 이 감독을 처음 상대하는 자리가 됐다.

'적장'으로 대구 그라운드에 서는 이 감독을 바라보는 삼성 선수들의 마음은 어떨까.

2015년 삼성에 입단해 이 감독이 은퇴한 2017년까지 3년간 함께 선수로 뛴 구자욱은 "어떻게 보면 특별한 상황이기도 하지만, 특별하지 않은 상황인 것도 맞다"며 "똑같은 경기라고 생각한다. 항상 경기에서 잘하고 싶은 것이 선수들의 마음이고 오늘도 마찬가지다. 그저 경기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감독은 "삼성 선수들과 눈인사 정도 주고 받으면 된다"고 조심스러워했는데, 25일 경기가 취소된 후 실내 연습장에서 훈련을 하다가 구자욱과 마주쳤다.

구자욱은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라 조금 어색했다. 감독님이 되셔서 어색했던 것 같다"며 "저도 모르게 선배님이라고 할 뻔했다. 그래도 유니폼 입은 모습을 보니까 멋있으셔서 멋있다고 말씀드렸다. 감독님은 다치지 말고 잘하라고 격려해주셨다"고 전했다.

현재 삼성에 이 감독과 함께 뛰었던 선수들은 많지 않다. 구자욱은 그 중 한 명이다.

구자욱은 "감독님이 야구장에 돌아오셔서 너무 기쁘다. 야구 팬 분들도 다 좋아하시는 것 같다. 야구장에서 뵙게 돼 기분이 좋았다"며 "하지만 승리는 저희 박진만 감독님께 안겨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한수 두산 수석코치는 구자욱이 입단했을 당시 1군 타격코치였고, 2017~2019년 삼성 감독을 지냈다.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26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신한은행 SOL 2023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이승엽 두산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2023.04.26. lmy@newsis.com

구자욱은 "김한수 코치님이 다시 야구장으로 돌아오셔서 감사하고 기분이 좋다"며 "스승이신 김한수 코치님, 저의 영웅이신 이승엽 감독님이 야구장에 계셔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 감독과 함께 뛰지는 않았지만, 삼성 팬으로 이 감독을 응원했던 삼성 토종 에이스 원태인은 복잡한 심경을 고백했다.

원태인은 "아직 실제로 이승엽 감독님이 두산 유니폼을 입고 계신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중계로만 봤다"며 "솔직히 말해 안 보고 싶은 감정이 있다. 어색할 것 같기도 하고, 신기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삼성 선수가 아니라 팬이었던 시절 이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였다는 원태인은 "어렸을 때는 포지션에 관계없이 가장 잘하는 선수를 좋아하지 않나"라며 "어릴 때 이승엽 감독님을 보면서 꿈을 키웠다"고 돌아봤다.

2000년부터 줄곧 삼성 응원단장으로 일하며 이 감독의 선수 시절을 쭉 지켜봤던 김상헌 응원단장도 오묘한 감정이다.

김 단장은 "이승엽 감독님이 두산 감독으로 가신 것이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하지만 이승엽 감독님이 삼성에서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커리어를 만들어주셨다. 재단을 운영하시면서 제2의 인생을 보내셨고, 이제 제3의 인생으로 도전을 하시는 것이다. 아쉽다기보다는 잘 됐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기분이 착잡하지 않겠느냐'는 말에 김 단장은 "그런 마음이 들지만 프로의 세계지 않나. 감독님도, 저도 유니폼을 벗고 새롭게 도전하는 자리에서 만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전했다.

이 감독이 삼성으로 선수로 뛸 때 쌓은 추억도 적잖다.

김 단장은 "응원단 대기실에 에어컨이 시원했는데 이승엽 감독님이 오셔서 쉬다 가시곤 했다. 먹을 것도 잘 챙겨주시고, 우리가 일하는 환경에 대해 구단에 이야기도 많이 해주셨다"며 "다른 구장에서 재미있는 응원을 보시고 와서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도 많이 해주셨다"고 떠올렸다.

그는 "배울 것이 많은 분이셨다. 저에게는 인생의 롤 모델 같은 분"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inxij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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