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부모·형제 돌보느라” 가족돌봄청년 10명 중 6명 ‘우울’

이정한 2023. 4. 26.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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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영 케어러'(Young Carer)로 불리는 가족돌봄청년 10명 중 6명이 우울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질환과 장애, 정신질환 등으로 돌봄이 필요한 가족을 돌보거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청년을 가족돌봄청년으로 봤다.

조사 결과를 보면, 가족돌봄청년은 일반청년과 비교해 삶의 만족도는 낮았고, 우울감은 높았다.

'삶에 불만족한다'고 응답한 가족돌봄청년은 22.2%로 일반청년(10.0%)의 2배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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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첫 실태조사
우울감 일반청년의 7배 이상
“삶에 불만족” 응답도 2배 넘어
돌봄에 주 평균 21.6시간 할애
일부 초교부터 돌봄·생계 책임
이른바 ‘영 케어러’(Young Carer)로 불리는 가족돌봄청년 10명 중 6명이 우울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청년보다 7배 이상 높다. 이들은 장애나 질병 등이 있는 가족을 하루 평균 3시간씩 4년 가까이 돌봐온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는 26일 이런 내용의 ‘2022년 가족돌봄청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21년 대구에서 중병으로 거동이 어려운 아버지를 홀로 간병하다가 장기간 방치해 숨지게 한 ‘영 케어러 간병살인 사건’이 알려지고 나온 정부 차원의 첫 실태조사다. 생활고에 시달리며 돌봄과 학업, 생계 등을 모두 감당해온 이 청년에 대한 사회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부는 지난해 가족돌봄청년 지원 방안을 수립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해 4~5월 만 13∼34세 청년 4만382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하고, 이후 가족돌봄청년으로 확인된 810명을 대상으로 심층조사를 실시했다. 중증질환과 장애, 정신질환 등으로 돌봄이 필요한 가족을 돌보거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청년을 가족돌봄청년으로 봤다.

조사 결과를 보면, 가족돌봄청년은 일반청년과 비교해 삶의 만족도는 낮았고, 우울감은 높았다. 이들의 우울감 유병률은 61.5%로 일반청년(8.5%)의 7배가 넘었다. 가족 중에서 돌봄 대상자를 가장 많이 돌보고 책임지는 ‘주돌봄자’의 경우 우울감 유병률이 70.9%에 달했다. ‘삶에 불만족한다’고 응답한 가족돌봄청년은 22.2%로 일반청년(10.0%)의 2배 이상이었다.

가족돌봄청년은 일주일에 평균 21.6시간, 주돌봄자는 32.8시간을 돌보는 데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4명 가까이(38.5%)는 주당 평균 돌봄시간이 15시간 이상이었다. 이들이 희망하는 주당 돌봄시간은 14.3시간이었는데, 실제 돌봄시간과는 7.3시간 정도 차이가 있었다.
이들은 평균 4년 가까이(46.1개월) 돌봄 역할을 하고 있었다. 2년 이상 돌보는 경우가 절반을 넘었다. 조사 대상 연령이 13세부터인 것을 고려하면 초등학생 때부터 돌봄이나 생계를 책임진 아동·청소년이 있는 셈이다. 돌봄 부담 탓에 이들의 36.7%는 미래계획을 세우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

돌봄 대상 가족은 할머니(39.1%)가 가장 많았다. 이어 형제·자매(25.5%), 어머니(24.3%), 아버지(22.0%), 할아버지(22.0%) 등 순이었다. 돌봄 대상자는 중증질환(39.1%)과 장애인(25.5%)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돌봄 활동 유형으론 집안일(68.6%)이 가장 많았고, 함께 시간 보내기(63.7%), 병원 동행·약 챙기기(52.6%), 자기관리 돕기(39.1%), 이동 돕기(38.4%) 등이 뒤를 이었다.

정부의 첫 실태조사란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이번 조사에서 파악하지 못한 가족돌봄청년이 많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국가별로 11∼18세 청소년 인구의 약 5∼8%가 가족돌봄청년에 해당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를 그대로 대입하면 가족돌봄청년이 18만4000∼29만5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복지부가 조사한 가족돌봄청년은 810명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최근 자체 조사를 통해 시에서만 14∼34세 가족돌봄청년 약 900명을 발굴했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가족돌봄아동·청소년·청년 지원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초등학생 이하 아동이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못한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영국의 경우 돌봄을 제공하는 18세 미만을 영 케어러로 규정한다. 복지부는 전수조사가 아닌 응답자 참여를 통해 실태조사를 진행했고, 이로 인해 아동은 포함되지 못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지난해 조사한 가족돌봄아동·청소년 686명 중 약 23%가 초등학생이었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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