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vs 동학개미… 이차전지株 폭락 두고 `설전`
당국 조사로 쏠림 완화 기대감
"기관 수장이 시장교란" 불만도
'무더기 하한가 사태'로 투심이 쪼그라든 국내 증시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이차전지주에 대한 과열 경고까지 더해지면서 관련주들이 이틀째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차전지 열풍에 편승하려는 '무늬만' 이차전지 업체들이 늘고 있는 상황이므로 금감당국의 집중조사로 시장 질서가 확립되고 증시 내 수급 쏠림 현상이 완화될 것이란 평가와 함께 금융감독기관 수장이 특정 업종을 지목했다는 점을 들어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표적인 이차전지 관련주인 양극재 제조사 에코프로비엠은 전거래일 대비 4.34% 하락한 24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6.46% 급락한 데 이은 이틀 연속 하락세다.
전날 하락폭(-5.4%)이 컸던 엘앤에프도 이날 3.50% 하락했다. 포스코홀딩스(-2.11%)와 포스코퓨처엠(-4.32%)도 전날 4%대 급락한 데 이어 하락세를 이어갔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와 LG에너지솔루션의 주가도 이틀 연속 밀렸다.
반면 전날 8.6% 떨어졌던 자이글은 이날 2.22% 상승 마감했고, 전날 7.39% 하락했던 금양도 1.87% 올랐다.
금융당국의 연이은 과열 경고가 그동안 강세가 이어지던 이차전지주에 찬물을 끼얹은 모양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날 임원 회의에서 "이차전지 등 미래성장 신사업 테마주 투자 열풍으로 신용거래가 급증하는 등 주식시장이 이상 과열되고 있다"며 "불공정거래 혐의 개연성이 있는 종목에 대해서는 신속히 조사에 착수해 엄단하는 등 투자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이 원장의 발언 이후 이차전지 관련주는 일제히 하락했고, 이날 코스피 지수가 1% 넘게 하락하며 2480대로 밀렸다.
다음날인 26일 금감원은 이차전지 관련주 등의 이상 급등에 불공정거래 세력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관련이 없는데도 이차전지를 신규 사업에 추가하며 주가를 띄운 '무늬만 이차전지주'에 대해 집중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금감원은 최근 단기 순손실이 이어지며 실적이 악화한 곳, 최대주주가 자주 변경된 곳 등을 중점적으로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올해 들어 많은 기업들이 앞다퉈 이차전지와 리튬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만 정기·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정관상 사업목적에 2차전지 관련 내용을 추가한 상장사는 16개사였다.
이들 회사는 사업목적을 추가했다는 공시 이후 주가 급등이 두드러졌지만, 일부는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예컨대 가정용 그릴을 만드는 자이글은 지난해 말 이차전지 사업을 위한 시설 양수·차입 등 관련 공시를 내고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이차전지 셀과 팩, 소재 등을 개발하는 신사업 추가 정관변경 안건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말 5000원 안팎이던 주가는 지난달 3만9800원까지 올랐다.
거래소는 최근 한달(3월20일~4월20일)간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자이글을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했다. 그 밖에도 알에프세미와 이브이첨단소재를 모두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했는데, 이들도 이차전지 사업을 추가하며 주가가 급등한 바 있다. 이달 들어서도 바이오업체인 선바이오가 이차전지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2거래일 연속 상한가에 올랐다.
이차전지주들은 실제로 과열 구간에 들어 우려를 사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의 지주사인 에코프로는 연초 이후 이날까지 481% 상승했다.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도 빠르게 늘었다. 최근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약 10개월 만에 2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증시 전문가들은 단기 과열 종목으로 평가받는 이차전지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당국의 시장 개입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개인 투자자들은 온라인 종목 토론방 등을 통해 "금감원장이 공매도 세력과 짠 것 아니냐" "말 한마디로 수조원의 기업가치를 공중에 날리게 했다" "이복현을 직무유기 및 시장교란으로 신고하고 퇴진요청하자"는 등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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