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에 마약 팔고 같이 투약… ‘파렴치한 어른들’

경찰, 131명 검찰 송치
투약 92명 중 미성년자 15명
SNS로 성인마약사범과 연결
“지인 데려와 여럿이 함께 투약”

#. 2021년 6월1일, 18살이던 A양이 경찰에 체포됐다. 필로폰 투약 혐의였다. 이미 마약 투약 혐의로 검거된 적이 있던 A양은 경찰 조사에서 “(이번에는) 필로폰을 끊겠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A양은 호기심으로 시작한 필로폰에 중독된 상태였다. 두 달 뒤인 8월26일, 그는 서울 한 숙박업소에서 또다시 필로폰을 투약하고 현장에서 체포됐다. 착란증세까지 보인 A양은 결국 반복 투약으로 구속됐다. 그는 한 차례 마약을 판매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26일 오전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서 강선봉 마약범죄수사2계장이 조폭·미성년자 등 마약류 매매·투약 사범 검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약청정국’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한국 사회 내 곳곳에 마약이 침투한 가운데 미성년자에게 필로폰 등을 판매하거나 공짜로 준 마약사범들이 대거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2021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수도권 일대에서 마약을 투약한 미성년자와 이들에게 마약을 판매하고 함께 투약한 성인 등 마약사범 131명(구속 19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은 조직폭력배를 포함한 마약류 판매자 39명과 투약자 92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거했다.

이번에 적발된 투약자 92명 가운데 15명은 10대 청소년이었다. 미성년자 마약사범은 길게는 1∼2년부터 짧게는 두 달가량 투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이 호기심으로 시작했으나 마약에 중독돼 반복 투약했다. 처음엔 학교·동네 친구를 통해 마약을 접했다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랜덤채팅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다른 지인과 연결되고 성인 마약사범까지 알게 되는 등 관계가 확장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투약을 반복하면 혼자 은밀히 투약하기보다 다른 사람에게 권하고 같이 투약하고 싶어한다”며 “이 과정이 반복되며 SNS와 랜덤채팅앱 등으로 지인을 데려와 함께 투약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성인 판매자가 미성년자에게 마약을 팔거나 무상 제공하기도 했다. 미성년자와 직접 접촉해 필로폰을 제공하거나 투약한 성인 마약사범은 17명으로, 연령대는 20대 10명, 30대 3명, 40∼50대 4명으로 다양했다. 이들 중 대다수는 미성년자임을 알면서도 함께 투약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현행법상 성인은 마약 투약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해당하나 미성년자에게 마약류를 공급하거나 투약하면 법정형 기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해당한다.

2021년 4월, 당시 16살이던 B양도 호기심에 필로폰에 손을 댔다. B양은 경찰조사에서 “필로폰을 투약하고 몇 시간이 지나면 우울해지고 또 투약하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며 “필로폰 제공자들이 나쁜 사람인 줄 알면서도 중독 증상으로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됐다”고 진술했다. B양은 가족의 관심 속에 중독 증상을 치료받고 최근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그는 자신처럼 호기심에 마약을 접하는 청소년을 위해 상담학을 공부하려고 대학 진학을 준비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실수라도 마약류를 접하게 됐다면 숨기지 말고 경찰이나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1899-0893)에 적극 알려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