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다 빨아들이겠네…예금이자 쥐꼬리에 투자자 몰려간 상품

김덕식 기자(dskim2k@mk.co.kr) 2023. 4. 26.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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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저금리 예금 통장 대신 고금리를 찾아 나선 미국 개인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 투자에 열광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국채 금리가 높아져 수익성이 높아진 데다 은행발 위기가 커지면서 침체를 대비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불거진 것이 개인들의 기록적인 국채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트레저리다이렉트(TreasuryDirect)를 통해 미국 투자자들이 매입한 미국 재무부 국채가 484억달러(약 64조 7100억원)에 이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레저리다이렉트는 재무부가 발행한 국채를 개인 투자자가 직접 살 수 있는 웹사이트다.

개인의 국채 매수 규모는 지난해 9월부터 연이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 3월까지만 해도 이 수치는 134억달러였다. 1년 새 3배 넘게 늘어난 셈이다.

FT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 발행한 국채 가운데 미국 개인 투자자 비중은 3.7%다. 이는 월별 기준으로 2008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달 들어서도 개인 투자자가 신규 발행된 국채의 3.8%를 매입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유통 시장에서도 개인투자자의 국채 거래가 활발하다. 온라인 증권사 인터랙티브브로커스는 자사 플랫폼 내 전체 채권 거래 규모가 최근 9개월 동안 약 800% 증가했다고 밝혔다. 인터랙티브브로커스에서 마케팅과 제품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스티브 샌더스 부사장은 FT에 “예금 계좌는 비교 우위를 잃었고, 트렌드는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에서 각각 트레저리다이렉트, 인터랙티브브로커스로 옮겨가고 있다”며 “지방채, 회사채, 국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매우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온라인 증권사인 찰스슈왑의 캐시 존스 슈왑금융연구센터 수석 전략가는 “은행 예금 대비 매력적인 수익률 덕분에 국채 수요는 연초부터 강했다”고 말했다.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웰스파고 등 미국 대형은행들은 제로(0)에 가까운 예금 이자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탓에 4.75~5.00% 수준인 기준 금리와의 격차는 벌어진 상태다. 연준에 따르면 4월 중순 기준 미국 은행 예금은 1년 전 대비 약 1조달러 감소한 17조2000억달러다. 거의 2년 만에 최저수준이다.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머니마켓펀드(MMF)를 통해 간접적으로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추세도 강해지고 있다. ICI리서치에 따르면 이달 MMF의 미국 국채 자산은 사상 최고치인 4조4000억달러에 이르렀다. 빌 오도넬 씨티그룹 금리전략가는 “우리는 예금고객을 값싸게 유치해 비싼 가격으로 대출하면서 지난 수년 황금기를 구가했다”며 “하지만 이제 상황이 역전됐다. 예금자의 황금기가 도래했다”고 말했다.

FT는 데이터 제공 업체 EPFR의 자료를 인용해 3월 한 달간 미국 MMF로 유입된 자금이 2860억달러라고 전했다. 뱅가드의 존 매지이어 재무부 책임자는 FT에 “MMF 자금 유입은 지역 은행 주변의 불확실성 때문이다”며 “투자자들은 유동성과 수익률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변수는 부채한도 증액 협상이다. 미국 연방정부가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지지 않으려면 의회가 오는 6월까지 부채한도를 늘리는 안이 통과돼야 한다. 미국 연방정부 부채는 올해 1월 이미 법정 한도(31조4000억달러)에 도달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미국의 채무불이행은 대규모 실업, 대금 납부 실패, ‘영원한’ 금리 상승이라는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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