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에너지 정책의 세 가지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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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정무비서관으로 일하며 경제정책의 중요성을 체감하게 되면서 국회의원이 된 직후부터 경제 세미나를 지속적으로 열고 있다.
이름하여 '김한규와 경제 읽기'는 지난해 '물가'를 시작으로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따른 '거시경제 전망' 등을 다뤘고 올해는 '시장 전망'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요성이 부각된 '에너지'를 주제로 전문가와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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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정무비서관으로 일하며 경제정책의 중요성을 체감하게 되면서 국회의원이 된 직후부터 경제 세미나를 지속적으로 열고 있다. 이름하여 ‘김한규와 경제 읽기’는 지난해 ‘물가’를 시작으로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따른 ‘거시경제 전망’ 등을 다뤘고 올해는 ‘시장 전망’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요성이 부각된 ‘에너지’를 주제로 전문가와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공부를 할수록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 중 만만한 게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특히 이번 시즌 주제인 에너지 문제는 알면 알수록 더 어렵고 복잡한 문제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이 높고 사계절이 뚜렷한 데다 지진 등의 자연재해도 발생한다. 93%의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코로나로 인한 물류대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 탄소 중립 목표 등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 경제성, 에너지 안보, 환경이라는 ‘에너지 트릴레마(세 가지 딜레마)’가 우리 앞에 놓인 셈이다.
경제성을 중시하면 석탄발전이 가장 효율적이다. 과거 전력 부족 사태 이후 현재 동해안에는 총 4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건립되고 있다. 탄소 중립 목표와 어울리지 않고 복고적인 느낌마저 든다. 게다가 송전선로망이 부족해 발전소가 완공돼도 가동률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액화천연가스(LNG)는 환경 면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하지만 가격 변동성이 크고 전량을 외국에 의존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면 문제가 해결될까.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는 취약점이 있다. 갑자기 적게 생산되는 경우를 대비해 기존 발전소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들 발전소의 발전량을 마음대로 조정하기는 어렵다. 송전선로망이 부족한 지역의 과다 생산도 문제다.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재생에너지 비율을 늘려야만 하지만 그러기까지의 과정은 경제성 면에서 큰 고통이 따를 것이다.
그렇다고 원전이 해법이라고 할 수도 없다. 고금리 시대에 높은 건설 비용, 안전 요구 수준에 따른 비용 증가, 핵폐기물 저장 공간은 물론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기억하는 국민들의 불안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도 큰 문제다.
한국전력의 엄청난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전기요금을 올리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발전 원가에 못 미치는 저렴한 산업용 전기요금은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반도체 산업과 데이터센터의 이익을 뒷받침하고 있는 형국이다. 양자택일의 상황에서 정부는 그냥 눈을 감고 시간이 흘러가기를 바라는 것 같다.
우리는 이런 문제들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에너지 정책은 경제성과 수급 안정성, 환경 등의 요소들을 잘 고려하며 우리나라의 주어진 환경에 맞춰 가장 적합한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 돼야 한다. 정권이 바뀐다고 에너지 정책이 따라서 변한다면 그것은 제대로 된 해답이 아니다. 환경을 위한다며 당장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할 수도 없고, 경제성만을 이야기하며 국민들에게 핵폐기물 처리의 어려움을 설명하지 않고 원전 증설로 풀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에너지 정책이 길을 잘못 들어선 것 같다. 잘 모르는 정치권의 개입으로 정쟁의 대상처럼 오인되고 있다. 지금이라도 에너지 정책이 제대로 된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보자. 그렇다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불필요한 손가락질이 아니라 국민들이 문제를 잘 인식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
정상훈 기자 sesang222@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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