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시선] 돈봉투를 대하는 자세

정인홍 2023. 4. 26.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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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1월 9일 국회에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고승덕 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폭로했다.

고 의원의 자기고백은 기자회견 약 한달 전 한 언론사에 기고한 글에서 비롯됐고, 그 파장은 이를 보도한 한 종편에서 본격 확산됐다.

고 의원은 기고문에서 "전대가 열리기 며칠 전 필자에게 상당한 액수의 돈봉투가 배달됐다. 필자는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는 소신에 따라 봉투를 돌려보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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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1월 9일 국회에서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고승덕 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폭로했다. 약 4년 전인 2008년 전대를 앞두고 수백만원이 든 돈봉투를 받았다가 되돌려줬다는 내용이다.

고 의원은 "우리 정당의 나쁜 관행이었고, 여야가 모두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라며 "이번 일이 우리 국민 모두가 바라는 정치발전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정국에 매머드급 핵폭탄이 터진 셈이다.

말 그대로 정치권은 초토화됐다. 이 일로 대표를 지냈던 박희태 전 국회의장과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재판을 받았다.

정작 고 의원에게는 정치권 악습과 폐단을 용기 있게 자기고백한 프레임이 아닌,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정치권의 은밀한 내부거래를 폭로한 내부고발자 프레임이 덧씌워졌다. 고 의원의 자기고백은 기자회견 약 한달 전 한 언론사에 기고한 글에서 비롯됐고, 그 파장은 이를 보도한 한 종편에서 본격 확산됐다.

고 의원은 기고문에서 "전대가 열리기 며칠 전 필자에게 상당한 액수의 돈봉투가 배달됐다. 필자는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는 소신에 따라 봉투를 돌려보냈다"고 썼다. 어차피 해당 후보를 지지했기에 돈을 돌려보냈는데, 대표 당선 후 오히려 고 의원을 싸늘하게 대했다는 게 골자다.

11년이 지난 최근, 전대 돈봉투 의혹이 다시 소환됐다. 검찰 수사가 아직 결론 나지는 않았지만 제기된 의혹을 보면 11년 전과 판박이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1년 전대 돈봉투 의혹의 정점에 서 있다.

일각에선 이번 돈봉투 의혹에 연관된 현역 의원만 20여명에 달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공교롭게도 2012년에도 그렇고, 이번 건도 모두 총선이라는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불거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다른 점이 있다면 11년 전엔 한 국회의원의 용기 있는 자기고백이 먼저였다. 굳이 다른 점을 또 찾자면 당시에는 여당발(發), 현재는 검찰발(發)이라는 거다.

용기 있는 고백은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다. 물론 고백 후 감당해야 할 것들은 차고 넘친다. '정치개혁의 투사'로 조명받는 건 찰나다. 고백하는 순간 조직에서 왕따 당하기 일쑤다. 재정적, 물리적으로 비참한 삶도 각오해야 할 판이다. 그래도 세상이 정의롭게 돌아가는 건 사회를 바꾸려는 용감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혹여 지금 이 순간 왕따 되기 싫어 용기 내기를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습니다."

haeneni@fnnews.com 정인홍 정치부장·정책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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