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광장] 미·중 신냉전과 한국의 선택

김충제 2023. 4. 26.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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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전략경쟁에 돌입한 미·중 관계는 신(新)냉전으로 규정할 수 있을 정도로 미국과 옛 소련 사이의 냉전과 상당한 유사성이 발견된다.

강대국은 세력권 확장을 도모하는 경향이 있는데, 미·소 냉전과 마찬가지로 현재 미·중 경쟁 역시 세력권 확장을 위한 지정학적(geo-political) 경쟁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물론 구냉전에 비해 신냉전이 다소 다극(多極)주의적 성격을 띠고 있고, 중간지대에 위치한 국가들이 다수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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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전략경쟁에 돌입한 미·중 관계는 신(新)냉전으로 규정할 수 있을 정도로 미국과 옛 소련 사이의 냉전과 상당한 유사성이 발견된다. 강대국은 세력권 확장을 도모하는 경향이 있는데, 미·소 냉전과 마찬가지로 현재 미·중 경쟁 역시 세력권 확장을 위한 지정학적(geo-political) 경쟁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구(舊)냉전 당시 세력권 확장을 위한 지정학적 경쟁이 유럽을 놓고 벌어졌다면, 신냉전의 지정학적 경쟁은 인도태평양 지역을 놓고 벌어지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신냉전 역시 구냉전과 마찬가지로 이념적(ideological) 경쟁의 성격을 띠고 있다. 지금 중국이나 러시아가 옛 소련과 같이 공산주의를 지구적으로 전파하겠다는 교조적 이념에 매몰되어 있지는 않다. 하지만 양국 모두 중국식 정치·경제 모델이 서구식 자유민주주의 정치 모델과 자본주의 시장경제 모델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2021년 중·러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러한 공통의 인식을 담아낸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신냉전 역시 구냉전과 마찬가지로 국제질서의 진영(陣營)화를 수반하고 있다. 작금의 국제질서는 미국으로 대표되는 자유주의 국가 진영과 중국과 러시아로 대표되는 독재국가 진영으로 양분되고 있다.

자유주의 진영은 기존 국제질서를 보존하고 싶어 하는 국가들로, 독재주의 진영은 현상 변경을 도모하는 국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구냉전에 비해 신냉전이 다소 다극(多極)주의적 성격을 띠고 있고, 중간지대에 위치한 국가들이 다수 발견된다. 대표적으로 인도·브라질·터키 등이 양 진영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국가들이다.

하지만 구냉전 당시에도 상당수 국가들이 중립주의 비동맹 노선을 추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간지대 국가의 존재 여부가 두 냉전을 갈라놓는 큰 차이점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신냉전의 진영화 추세는 더 강화될 것이고 진영 간의 경쟁 역시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냉전과 구냉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신냉전이 구냉전에 비해 진영 사이에 경제적인 상호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구냉전 당시 자유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 사이에는 유의미한 경제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에 비해 지금 미국과 중국의 경제는 다양한 공급망으로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높은 경제적 상호의존도는 신냉전의 지경학적(geo-economic) 경쟁의 성격을 매우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내세우며 중국을 공급망에서 퇴출시키고 우방국 위주로 공급망을 재편하려 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공급망 재편정책은 반도체·전기차 배터리·희소광물·첨단기술 등 전략산업에 국한되고 있다. 실제로 미·중 사이 교역량은 2022년에 770조원을 기록하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저명한 지정학자 이언 브레머는 미·중 사이에 전면적이고 급격한 탈동조화는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주장한다. 프랑스, 독일과 같은 유럽의 자유주의 국가와 일본, 호주와 같은 아시아의 자유주의 국가들도 중국과의 경제관계에서 실리를 챙기려 하고 있다.

한국은 신냉전의 지정학적 경쟁과 이념적 경쟁에서는 자유주의 진영 국가들과 공조를 강화해야겠지만 신냉전의 지경학적 경쟁에서는 '제로 차이나' 정책, 즉 중국과의 급격한 탈동조화를 추진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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