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일에 결혼식까지”…지출 늘어나는 5월, 소비자는 ‘한숨’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lee.sanghyun@mkinternet.com) 2023. 4. 26.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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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아현 웨딩거리의 한 웨딩드레스 판매점에 드레스가 전시된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긴축하면서 살고는 있는데 정말 어렵네요.”

서울의 한 중견기업에 재직 중인 20대 사회초년생 A씨는 내달 지출 계획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어버이날 부모님께 용돈을 드릴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돌연 청첩장까지 받게 됐다는 것이다.

A씨는 “어버이날은 1년에 하루고, 또 결혼식은 평생에 한 번뿐인 날이니 이래저래 지출은 할 생각”이라며 “어떻게든 생활비를 아껴가며 살고는 있는데 벅차다. 5월은 경조사까지 있어서 더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물가 상승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각종 기념일과 결혼식 수요가 많은 5월이 목전으로 다가오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고정수입이 적은 1인 가구와 청년층 사이에서는 그야말로 ‘곡소리’가 나오고 있다.

26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자장면과 칼국수, 김밥 등 대표 외식 품목 8개의 서울지역 평균 가격이 작년보다 많게는 16.3%까지 급등했다. 소비자원이 가격을 조사해 공표하는 품목 8개 중 8개가 모두 올랐다.

가격상승률이 가장 높은 자장면(16.3%)의 경우 지난해 3월 5846원이었으나, 올해 3월 6800원으로 뛰었다. 삼계탕은 1그릇 가격이 1만4500원에서 1만6346원으로 12.7% 올랐고, 삼겹살(200g 환산 기준)도 1만7159원에서 1만9236원으로 12.1% 상승률을 기록했다.

고물가 동향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21일 서울의 한 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외식물가 상승률은 2021년 6월 이후 22개월 연속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고 있다. 직장인들의 점심값 부담이 커지는 ‘런치플레이션’이 연일 심화하고 있지만, 먹거리 가격만 오른 건 아니다.

통계청의 지출목적별 소비자물가지수를 살펴보면 지난달 의류 및 신발 물가도 1년 전보다 6.1% 상승했다. 2011년 11월(6.3%) 이후 11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는데 엔데믹으로 외출복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소비자들의 물가 전망을 의미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두 달 연속 하락하면서 소비심리가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실제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건 사뭇 다른 분위기다. 먹거리와 공산품 등 생필품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전기·가스비 인상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60대 자영업자 B씨는 “팬데믹 때 고강도 방역수칙으로 가게를 일찍 닫아야 해 매출이 크게 줄었다”며 “그때 둘째 대학 등록금 때문에 대출을 많이 받아 이제 더 받을 곳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자영업자는 누가 월급을 주지 않으니 직접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지 않느냐”며 “가게도 문제지만, 가정 내에서 쓰는 생활비가 줄이기 어려워 큰일이다. 수입은 없고, 지출만 계속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사회초년생들 사이에서는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께 드릴 용돈이나 주변 지인들의 결혼식 축의금을 얼마나 내야 하는지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축의금의 경우 5만원이 보통이라는 데 힘이 실리지만, 일각에서는 식대와 물가를 고려하면 10만원이 적정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HR테크 기업 인크루트가 지난 2월 대학생·구직자·직장인 등 117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그냥 지인’이면 5만원, ‘친하다’ 싶으면 10만원을 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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