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등 美 NSTC 사업 참여···미래 반도체 판 바뀐다
코닝 15억弗 투자···총 59억弗 유치
최상목 "美첨단기업 韓투자 늘것
연내 추가 투자계획 발표도 기대"
IRA·칩스법선 의미있는 진전 없어
미국 첨단 소재 기업 코닝이 윤석열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개최한 한미 비지니스라운드테이블에서 한국에 앞으로 5년 동안 15억 달러(약 2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소재 기업인 코닝사가 한국 투자를 단행하면서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 기간 중에 미국 기업이 한국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규모는 59억 달러(약 8조 원)으로 확대됐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워싱턴DC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웬들 위크스 코닝 대표가 한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에서 한국에 투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위크스 대표는 “지금까지 코닝은 한국에 100억 달러를 투자했고 수천 명을 고용해왔다”며 “이 자리를 빌려 앞으로 한국에 15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하겠다는 사실을 밝힌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 첫날부터 글로벌 콘텐츠 기업 넷플릭스에서 25억 달러(약 3조 30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또 미국 첨단 기업들도 국내에 수소와 반도체 시설을 짓는 19억 달러(약 2조 5000억 원)의 투자를 결정해 윤 대통령은 방미 이틀 만에 44억 달러(약 5조 8000억 원)의 ‘세일즈 외교’ 성과를 거뒀다. 이어 미국 코닝사가 15억 달러를 추가로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총 투자 유치 규모는 59억 달러가 됐다.
윤 대통령이 개최한 한미 비지니스라운드테이블에서 양국 정부와 기업인들은 올해로 70주년을 맞은 한미 동맹의 미래가 단순한 안보 협력 강화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국 기업들이 윤 대통령의 방미에 맞춰 한국 투자 계획을 연달아 발표한 점만 봐도 밀착하는 한미 경제계를 알 수 있다. 한미 동맹이 안보 동맹을 넘어 양국 정부와 경제계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기반으로 더욱 강력한 공급망 사슬을 구축하는 첨단산업 동맹으로 확장하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동시에 미국은 물론 한국과도 첨단산업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는 중국 등 권위주의 진영의 기술 추격을 따돌리겠다는 복안도 내비쳤다.
최 수석은 “미국 첨단 기업의 한국 투자 증가가 예상된다”며 “오늘 참석한 기업들의 연내 추가 한국 투자 계획 발표도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어 “양국 기업들이 첨단산업 공급망 및 첨단 기술 모든 분야에서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양국 기업인들도 첨단산업 분야에서 한미가 강력한 공급망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한미 동맹의 향후 70년 과제로 ‘첨단 기술 동맹으로의 도약’을 제시하며 “한국이 글로벌 중추 국가가 될 수 있도록 미국이 힘을 보태달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미국의 프런티어 정신과 한국의 기업가 정신은 양국의 공통된 기본 가치”라며 “이를 바탕으로 혁신의 미래를 함께 만들자”고 당부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도 “반도체와 5G·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에서 한국 기업과 ‘윈윈’ 파트너십을 이루고 있고 안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인 램리서치를 이끄는 티머시 아처 CEO도 “한국의 반도체 공급망에 45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했다”며 “2030년에는 한국에서 큰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도 첨단산업에서 밀착하는 한미 경제계를 지원했다. 미국 상무부는 반도체법(CHIPS Act)에 따라 설립하기로 한 국가반도체기술센터(NSTC)의 R&D 프로그램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도 참여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고도로 분업화된 반도체 산업은 개별 기업이나 연구소 차원에서 첨단 반도체를 연구하고 실제 제품으로 상용화하는 게 쉽지 않다. 미국 정부는 보조금을 통해 자원·시설 등 반도체 R&D에 필요한 생태계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올 3월 한국반도체협회가 상무부에 제출한 “외국 학계와 기업·연구기관에도 NSTC 프로그램에 참여할 공정한 기회를 제공해달라”는 제안을 수용한 것이다.
다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 반도체와 자동차·배터리 업체의 피해가 예상되는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관련해서는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앞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한국 언론을 대상으로 한 브리핑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반도체 관련 투자를 조율하는 것과 (중국의) 경제적 압박에 대해 중요 기술을 지켜내려는 노력이 포함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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