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미국, 또 ‘국가부도’ 위기?…금 모으는 중국
[앵커]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에서, 채무불이행 '디폴트' 우려가 또 나오고 있습니다.
"8월이면 국고가 바닥날 것"이라며 구체적인 시기까지 거론되고 있는데요.
무슨 일일까요.
'글로벌 ET' 홍석우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디폴트면, 미국 정부가 부도날 수도 있다는 이야긴가요?
[기자]
네, 먼저 보시는 건 지난해 국가 채무를 갚지 못해 디폴트를 선언한 스리랑카의 모습인데요.
중국에 진 막대한 채무를 버티지 못하고 결국, 파산을 선언했습니다.
남미 아르헨티나도 디폴트 여러 번 있었죠.
그런데 미국 1위 은행인 JP모건이 최근 미국 정부가 디폴트 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습니다.
미국 재무부의 현금 잔고 추이인데요.
최근 6개월, 특히 이달 들어 급격히 줄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대로라면 8월 중순이면 국고가 바닥날 것이라는 게 JP모건의 판단입니다.
CDS를 봐도, 그러니까 신용 디폴트 스와프죠.
CDS 프리미엄이 25일 기준으로 54bp를 웃도는 등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CDS는 부도 위험을 대비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료 성격의 수수료인데요.
이 수치가 올랐다는 건 시장에서 부도 위험을 크게 본다는 뜻입니다.
2000년대 들어서 미국의 CDS 프리미엄이 가장 높게 오른 때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였습니다.
[앵커]
미국의 곳간이 비어간단 얘긴데, 이유가 뭔가요?
[기자]
쉽게 이야기하면 정부에 들어오는 돈보다 쓰는 돈이 더 많아서 그렇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적자였거든요.
미국 정부 부채가 현재 30조 달러, 우리 돈으로 조 단위를 넘어 4경 원에 이릅니다.
'부채 한도' 그러니까 마이너스 통장 한도액까지 다다른 셈인데요.
이 문제를 풀 열쇠는 한도를 증액하는 겁니다.
바이든 정부는 부채 상한 한도를 높여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데요.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정부 지출을 아끼는 게 우선"이라며 들어주지 않고 있습니다.
바이든 정부가 일단 보유 현금을 활용해 급한 곳부터 돌려막는 '특별 조치' 시행으로 시간을 벌고는 있는데, 이마저도 6월이면 끝납니다.
[앵커]
그럼 정치권 기 싸움, 진전 가능성은 없는 건가요?
[기자]
현재로선 양측 대치가 격화하고 있는 모양샙니다.
미국은 2011년에도 막판까지 부채 한도 증액 협상을 타결하지 못해 국가 신용등급이 70년 만에 강등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기도 했는데요.
미국 의회는 1960년 이후 필요성에 따라 80번 가까이 부채 한도를 올리거나 한도 적용을 연장해왔습니다.
[앵커]
미국 금융시장 분위기도 좋진 않잖아요?
[기자]
네, 지난달 유동성 위기에 몰렸던 미국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기억하시죠.
대형 은행들 도움으로 간신히 위기에서 벗어났는데, 1분기 실적을 보니 은행 총 예금이 전 분기 대비 무려 40%나 급감했습니다.
당장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주가가 50% 가까이 폭락했습니다.
금융권 불안 이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그래도 구글, 페이스북 이런 곳 제외하곤 미국 고용은 꽤 안정적이었는데, 지금은 또 그렇지도 않나 봅니다?
[기자]
네, 미국 기업들 몸집 줄이기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디즈니는 올해 초 7천 명, 전 세계 직원의 3.6%를 감원해 55억 달러를 절감하겠다고 발표했었죠.
지난달 1차 감원에 이어 이번 주부터 2차 감원에 들어갔습니다.
이미 대규모 인력 감축을 마친 구글과 아마존 등 빅테크들은 신사옥 건설을 중단하고, 현재 이용 중인 사무실도 줄이는 등 대대적인 비용 절감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구조 조정 칼바람은 미국 제조업으로도 몰아칠 전망입니다.
제조 업황을 보여주는 3월 구매관리자지수가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노동력을 구하기가 힘든 제조업체 특성상 인력 감축에 주저할 것이란 의견도 나옵니다만, 일시 해고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앵커]
이런 상황들을 종합해보면,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제동이 걸리는 걸까요?
[기자]
올 하반기부터 경기 침체가 시작될 수 있단 연방준비제도 인사들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커진 상황인데요.
JP모건은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시나리오를 향하고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연준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고 이후 동결 기조로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가운데 물가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앵커]
최근 금값이 많이 올랐어요.
이것도 미국 상황과 관련이 있는 겁니까?
[기자]
네, 미국 재무부의 잔고가 줄어드는 추세랑 국제 금값이 최근 6개월 동안 거의 반비례 관계였습니다.
세계 중앙은행들이 지난해 사들인 금의 양이 1,136톤으로 전년보다 152% 급증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 등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나라들의 중앙은행이 상위권입니다.
특히 중국의 경우 보유하고 있던 미국 국채 보유액이 1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대신 금을 사 들이고 있습니다.
중국 인민은행의 금 보유량은 지난해 말 사상 처음으로 2천 톤을 넘겼는데요.
중국이 미국 달러 패권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이 부채 한도 협상의 열쇠를 쥔 공화당을 향해 쓴소리를 날렸습니다.
미국이 초강대국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달러' 때문인데, 미국이 디폴트에 빠지면 달러 위상과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이 흔들리고 이는 결국, 중국 공산당에 승리를 안겨주는 꼴이라고 했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홍석우 기자 (museh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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