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싱범 베트남까지 추적검거···총책 뿌리 뽑아야"

박신원 기자 2023. 4. 2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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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피의자들이 처음부터 모든 것을 진술하지는 않아요. 숨기고 있는 범죄 사실까지 파악하기 위해 피의자를 설득하는 것도 수사의 기술입니다."

보이스피싱 수사는 피해자를 파악하고 진술을 듣는 것, 조직원의 소재를 파악하는 것 등 모두 흩어진 조각을 모으는 '퍼즐 맞추기'와 같다.

서울 서대문경찰서에서 보이스피싱을 수사하고 있는 강상우 경사는 뿔뿔이 흩어진 피해자와 조직원들의 연결 고리를 찾는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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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경찰서 수사과 강상우 경사 인터뷰]
피해자 29명서 5억 상당 편취
3년여간 국내외 조직원 찾아내
소재파악 '퍼즐 맞추기'와 같아
미검거 총책 또다른 조직 만들어
수사기관 사칭땐 우선 의심부터
강상우 서대문경찰서 경사가 “수사기관은 금전적인 요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돈과 관련된 것을 요구한다면 일단 의심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형주 기자
[서울경제]

“보이스피싱 피의자들이 처음부터 모든 것을 진술하지는 않아요. 숨기고 있는 범죄 사실까지 파악하기 위해 피의자를 설득하는 것도 수사의 기술입니다.”

보이스피싱 수사는 피해자를 파악하고 진술을 듣는 것, 조직원의 소재를 파악하는 것 등 모두 흩어진 조각을 모으는 ‘퍼즐 맞추기’와 같다. 피해자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을 뿐 아니라 조직원들도 해외 곳곳에 근거지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서대문경찰서에서 보이스피싱을 수사하고 있는 강상우 경사는 뿔뿔이 흩어진 피해자와 조직원들의 연결 고리를 찾는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강 경사는 검찰을 사칭해 ‘당신 명의 통장이 범죄에 이용돼 예금을 안전하게 옮겨야 하니 체크카드를 전달하라’고 속인 해외 소재 전화 금융 사기 4개 범죄단체 소속 콜센터 상담원 5명을 검거하고 이 중 3명을 구속했다. 이들 일당은 피해자 29명으로부터 4억 8000만 원 상당을 편취했다.

강 경사는 “2020년부터 수사를 시작해 지난해 국내에 있던 조직원들을 검거했으며 해외 도피 중인 피의자들은 소재를 추적해 베트남에 있는 피의자들을 검거, 한국으로 송환했다”고 설명했다.

강 경사는 보이스피싱 범죄는 피해 사실을 확인하는 단계부터 어려움이 많다고 전했다. 전국에 퍼져 있는 피해자들이 전국 각지의 경찰서에 신고하게 되면 접수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같은 조직원에 의한 피해인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진술에서 수사가 시작되지만 사기를 당하던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기억하는 피해자가 많지 않은 것도 문제다. 조각조각 흩어진 진술을 모아 맥락과 단서를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강 경사는 “이번 사건의 경우 피해자들의 진술을 모아 모두 같은 조직에 속한 조직원들에 의한 범행이라는 사실이 특정됐다”고 밝혔다.

조직원들이 해외에 근거지를 두고 각국에 흩어져 있다는 점 역시 보이스피싱 수사를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강 경사는 “전체 조직에 대한 규모, 공범의 수를 파악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면서 “피의자의 진술이 가장 중요하고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와 친밀감을 형성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알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조직이 계속해서 파생되는 특성을 지녔다는 것도 수사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강 경사는 “총책이 검거되지 않으면 총책이 또다시 하위 조직원을 섭외해 조직을 만드는 식”이라며 “조직들이 해외에 근거지를 두고 있어 증거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범죄가 고도화되면서 보이스피싱에 대한 형량도 높아지는 추세다. 그는 “1심에서도 아무리 못해도 2년 6개월에서 3년 형은 선고를 하는 것 같다”며 “피해액에 따라 형량이 천차만별이기는 하지만 보이스피싱은 초범인 경우에도 다 실형이 나온다”고 경고했다.

강 경사는 수사기관을 사칭하며 돈을 요구하는 전화를 받으면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보이스피싱범이 휴대폰을 새로 만들게 한 뒤 모텔 방을 하나 잡으라고 시켜 주변으로부터 고립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범죄자들이 마지막에 요구하는 건 돈”이라며 “수사기관은 금전적인 요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돈과 관련된 것을 요구한다면 일단 의심부터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신원 기자 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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