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소리 안 들릴 때 없었다"… 당국자들이 전한 긴박했던 순간
긴급여권 발급 등 사전 준비에 교민 도착 후 45분 만에 출발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하루 24시간 중 15시간 이상 총소리가 들렸다."
최근 군벌 간 무력충돌이 발생한 북아프리카 수단에서 우리 교민과 대사관 직원들이 무사히 '탈출'했다. 현지 대사관에서 근무했던 당국자는 2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무력충돌 발생 이후 탈출까지 일분일초가 긴박했던 상황을 가감 없이 전했다.
이 당국자는 "멀리서 들리는 것과 가까이 들리는 것 정의 차이만 있었을 뿐 3~4시간 이상의 총소리, 폭음 소리가 안 들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소총이나 대공무기 소리도 크지만, 폭탄은 더 크게 난다"고 말했다.
계속되는 총소리에 현지 교민들은 대사관 측 인솔 아래 대피하는 동안에도 계속 불안에 떨었다고 한다.
당국자는 "대사관 안에서 듣는 총소리도 바깥 못지않게 컸다는 게 교민들 얘기였다"며 "며 "어디가 안전하고, 안전하지 않은지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수도 하르툼을 벗어나면 시골이어서 사막에 가까운 들판이 이어진다"며 "함께한 교민들로부터 '하르툼만 떠났는데도 안정된다. 해방됐단 느낌을 받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가장 안전하다고 느낀 순간은 포트수단에서 우리 공군기를 봤을 때였다"고 전했다.
수단에선 지난 15일(현지시간)을 기점으로 정부군과 반군의 무력충돌이 심화되면서 현재까지 민간인을 포함해 최소 450여명이 숨지고 4000여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집계되지 않은 사상자를 더하면 그 수는 더 많을 것이란 게 관측통들의 전언이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수단 내 무력충돌로 '현지 교민과 공관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게 됐다'고 판단, 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철수시키기 위해 21~22일 이틀 간 공군 수송기 등을 수단 인근 지부티와 사우디아라비아로 보냈다. 외교부에서도 최영한 재외동포영사실장을 팀장으로 하는 신속대응팀을 지부티로 파견했다.
그리고 우리 공관원을 포함한 수단 내 한인 29명 가운데 잔류 의사를 밝힌 현지 국적 취득자 1명을 제외한 28명이 수단 동북부 항구도시 포트수단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를 거쳐 25일 오후 공군 KC-330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를 타고 무사히 귀국했다.
당초 우리 측은 지부티 내 미군기지를 거점으로 공군 수송기 C-130J을 이용해 교민 대피를 지원할 계획이었으나, 수단 하르툼 내 공항 이용이 불가능해지면서 교민들이 포트수단으로 이동하면 이들을 태우고 제다로 이송하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다.
그러나 C-130J 수송기가 포트수단에 도착한 직후엔 공항 사용 허가 문제를 넣고 현지 관계자들과의 소통에 문제가 생겨 우리 측 인원들이 수송기에서 내리기조차 힘든 상황이었다고 한다.
신속대응팀으로 파견됐던 외교부 당국자는 "지부티를 떠날 때 '포트수단 공항 사용 허가 났다'고 연락을 받았는데, 도착해 보니 '구두 허가'란 이유로 문서를 제출해 달라고 해 실랑이가 이어졌다"며 "아랍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이 (외교부) 본부와 연락을 취해 해당국 공관, 국방부 무관부 등의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3시간 만에 공항 사용 허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측은 교민들이 도착하는 즉시 수단을 떠날 수 있도록 기존 여권이 만료된 교민들을 위해 '긴급여권'을 미리 만들어 가는가 하면, 수단 측과는 여권 검사를 일괄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협의했다고 한다.
당국자는 "여권이 만료된 교민 3명은 서울에서 긴급여권을 만들어서 갔지만, 다른 교민 3명은 급히 대피하느라 여권을 챙겨 오지 못했다"며 "다행히 여권 사본이 있어서 외교 공한을 작성해 이들도 함께 귀국할 수 있도록 준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23일 오전 차량을 타고 하르툼을 출발한 우리 교민과 대사관 직원들은 비교적 '안전'한 경로를 택해 1174㎞를 달려 24일 오후 늦게 포트수단에 도착했다.
다행히 우리 수송기도 공항 내 출국 게이트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주기하고 있었던 터라 교민들은 공항 도착 45분 만에 수속을 마치고 떠날 수 있었다고 한다.
촤 실장은 "지부티에 있는 동안 현지 주재 일본·미국대사, 외교장관, 미군 사령관 등과 만나 (수단 내 상황 등)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본부에도 보고했다"며 "교민들이 기르던 개·고양이도 세관 수속 때 문제가 없도록 준비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교민들과 함께 귀국한 남궁환 주수단대사는 "대사관 직원과 가족, 교민을 포함한 28명이 안전하게 조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국민들의 성원과 정부의 신속하고 과감한 지원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사관에선 적은 인원이지만 교민 대피와 본국으로의 이송을 철저히 책임진다는 자세로 임해 교민들을 무사히 한국으로 모셔왔다"고 말했다.
yellowapoll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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