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업계 숙원' 복수의결권, 3년 만에 법사위 넘었다
비상장 벤처·스타트업 창업주에
주당 최대 10표까지 의결권 부여
경영권 위협 없이 자금조달 가능
"우아한형제들 같은 기업 나올 것"
벤처기업 창업자가 보유한 주식에 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복수의결권제도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27일 본회의에서 처리되면 벤처기업은 창업자 지분 희석에 따른 경영권 위협을 걱정하지 않고 투자받을 수 있다. 투자 혹한기를 맞은 벤처·스타트업 업계의 자금 유치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복수의결권제 도입 가시화
국회 법사위는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복수의결권제 도입을 골자로 한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복수의결권제는 투자 유치 과정에서 창업자의 지분율이 30% 밑으로 하락해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할 경우 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대상 기업은 벤처기업법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비상장 벤처기업이다.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국무회의를 거쳐 6개월 뒤인 오는 10월께부터 시행된다.
이미 미국과 중국 영국 인도 등은 복수의결권제를 도입하고 있다. 창업과 벤처투자가 활발하고, 유니콘 기업을 많이 배출한 나라들이다. 한국에는 관련 제도가 미비하다 보니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 상장을 결정하는 주요 계기가 되기도 했다. 2021년 3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쿠팡이 대표적이다.
상장 당시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의 지분율은 10.2%였는데, 의결권은 76.7%에 달했다. 주당 1표의 의결권을 가지는 클래스A 주식과 달리 김 의장이 보유한 클래스B 주식에는 주당 29표의 의결권이 부여됐기 때문이다. 당시 김 의장은 복수의결권 때문에 뉴욕증시 상장을 결정했느냐는 질문에 “많은 배경 중 하나”라고 답했다.
○악용 우려에 보완장치 마련
정치권에서는 일찍부터 복수의결권제 도입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 총선 공약에 복수의결권제 도입을 포함했고, 같은 해 6월 관련 법을 발의했다. 윤석열 정부 역시 복수의결권제 도입을 국정과제로 선정했다.
하지만 경영권 승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민단체 반대에 논의가 번번이 무산됐다. 이 같은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법사위를 통과한 관련 법에는 각종 보완장치가 마련됐다. 창업주가 복수의결권 주식을 상속·양도하는 경우에는 즉시 보통주로 전환하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감사 선임과 해임, 이사 보수 결정, 배당 등의 사안에 대해선 보통주와 같은 1주 1표 의결권만 행사하도록 제한했다.
주주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고, 소액주주의 의결권 행사에 제약이 생긴다는 반대도 넘어야 할 산이었다. 법사위에서 박주민 민주당 의원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해당 법안을 반대한 이유다. 하지만 김도읍 법제사법위원장과 여야 의원들의 중재로 벤처기업육성법은 2년10개월 만에 법사위 문턱을 넘었다.
○“제2의 네이버·카카오 탄생 기대”
오랜 숙원을 이루게 된 벤처업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복수의결권제로 제2의 네이버, 카카오, 우아한형제들 같은 벤처·스타트업이 탄생한다면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엄청날 것”이라고 밝혔다. 벤처기업협회는 “벤처업계는 관련 제도가 재벌 총수의 세습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누구보다 원치 않는 만큼 적극적으로 이를 감시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상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의 여파로 투자 빙하기를 맞은 벤처·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자금난을 겪는 벤처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외부 투자를 받으면서 지분 상당 부분을 투자자에게 넘긴 창업자들은 추가 투자를 받으면 경영권을 위협받는 ‘진퇴양난’에 처했다. 이런 가운데 복수의결권제가 도입되면 투자 유치와 성장 전략을 짜는 데 여유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선 투자 유치는 물론 기업공개(IPO), 합작투자 과정에서도 복수의결권이 당사자들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효율적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735억원을 투자받아 회사 지분을 약 38% 보유하고 있는 최형록 발란 대표는 “대규모 투자 유치를 하면서도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고, IPO 이후 적대적 인수합병(M&A)의 위험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타트업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연/고은이/김종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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