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리면’도 ‘무릎 오역’도, 대통령이 불붙인 데 기름 붓는 국민의힘
‘루즈-루즈(lose-lose)’ 지속…“서로 도움 안 되는 상황”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국민의힘의 민심과 동떨어진 윤석열 대통령 '엄호'가 때마다 역풍을 낳고 있다. 윤 대통령의 발언 논란에 대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살을 붙이면서 사태를 더욱 키우고 있는 것이다. 최근 야권발(發) 가짜뉴스 철폐를 강력하게 내걸고 있는 여권이 되레 가까뉴스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윤 대통령의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 대한 국민의힘의 '쉴드'(방어)는 만 하루도 안 돼 '사고'가 되었다. 윤 대통령이 "100년 전의 일을 가지고 (일본에) '무조건 무릎을 꿇어라'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 데 대해 국민의힘이 '오역'이라고 주장하면서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문장의 주어가 윤 대통령을 지칭하는 '나(I)'가 아니라 '일본'이라며 "번역 과정에서의 오역"이라고 엄호했다. 같은 당 김정재 의원도 "'일본'이라는 주어가 해석에서 빠진 것 같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가짜뉴스 선동"이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결국 WP 담당 기자가 '무릎 발언'의 주체가 윤 대통령 본인이라는 인터뷰 원문을 공개하며 반박하고 나서야 유 대변인은 "사실 파악이 미흡했다"며 오역 주장을 철회했다. 하지만 그 사이 수 시간 동안 국민의힘의 '헛발질'과 관련한 보도는 쏟아졌고, 윤 대통령의 순방과 관련한 뉴스를 집어삼켰다.
윤 대통령의 순방과 맞물린 국민의힘의 '엄호 역풍'은 지난 3월 윤 대통령의 방일 시점에도 발생했다. 방일 직전 발표된 강제동원 피해자 제3자 변제안으로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던 무렵, 정진석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제발 좀 식민지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자"고 밝혀 되레 분위기를 악화시켰다.
이후 국민의힘에서 "윤 대통령과 여당은 친일이 아닌 극일(일본을 넘어서는 것)을 추구한다"고 강조했지만 그다지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일본 언론을 통해 위안부‧독도 등과 관련한 민감한 보도가 쏟아졌을 때도 국민의힘은 대통령실에 분명한 설명을 촉구하는 대신 민주당을 향해 '선동'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오역' 해프닝을 두고 지난해 9월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사태가 다시금 소환되기도 했다. 당시에도 발단은 물론 윤 대통령의 미국 순방 중 사적 발언이었다. 이 논란은 MBC가 "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보도한 지 15시간 후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었다"고 해명하면서 논란은 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에 더욱 기름을 부으며 장기화한 데에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몫이 컸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수영‧배현진‧유상범 의원 등이 "'이XX'는 '이 사람'이다" "'바이든'도 '날리면'도 없고 '말리믄'이었다"는 등 계속해서 살을 붙이며 논란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러한 잡음들이 이어지는 동안 결국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20%대까지 급락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국민의힘의 진화 시도가 실패를 거듭하면서 이를 만회할 대통령의 순방 성과에 대한 부담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 일각에선 대통령과 여당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루즈-루즈(lose-lose)'의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대통령의 당황스러운 말씀을 당이 더 당황스럽게 대응하고 있다"며 "서로에게 긍정적인 시너지는커녕 도움이 영 안 돼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의 눈치만 보는 친윤계의 태도를 비판했다. "아주 기본적인 팩트체크도 하지 않고 일단 대통령 편을 들고 봐야 한다고 다들 생각하고 있다"며 "'바이든-날리면' 당시 학습효과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이 보편적인 민심을 대통령에 가감 없이 전하고, 대통령도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하는데 그게 전혀 안 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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